대기업의 1차 협력사에 주물을 납품하는 A사는 지난해 매출이 230억원으로 줄었다. 그동안 꾸준하게 370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이 회사는 지난해에 37%의 매출 감소를 감수해야만 했다. 공급 물량 역시 매년 평균 1만7,000톤에서 1만2,500톤으로 26% 감소하고 납품 단가 역시 kg당 1,600원에서 1,300원으로 18%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부자재 가격과 최저임금, 전기료 등은 꾸준히 올라 주물 제품을 생산할수록 적자를 면치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11일 국내 중소주물업계가 원자재 가격 상승과 대기업·1차 협력사의 납품 단가 인하 압박으로 신음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은 이날 서울 중기중앙회에서 중소 주물업계 대표 1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총회를 개최하고 대기업·1차 협력사에 대한 제품 공급 중단 논의를 벌였다.
권영길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전무는 “원자재 가격 급등과 최저임금 인상, 전기료 인상 등으로 제조원가 상승분이 납품 단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어 생산량을 늘릴수록 적자가 심화하고 있다”며 “수요처에서 합당한 납품 단가를 인상해주지 않을 경우 더 이상 자력으로 견딜 수도 생산할 수도 없는 만큼 공장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7년부터 대기업과 원가변동에 따른 납품단가 연동제를 추진해왔지만 소수의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생산원가를 무시한 가격 인하만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주물회사 대표는 “주물회사들은 대기업의 2·3차 협력사로, 대기업에 이 같은 실정을 토로하면 1·2차 협력사와 논의하라고 하지만 1·2차 협력사는 ‘자신들도 채산성 맞추기가 어렵다’고 논의를 거부한다”면서 “공장을 가동하면 적자를 볼 게 뻔한 상황이어서 공장 문을 아예 닫는 회사도 생겨날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소기업계 안팎에서는 지난 2007년 원자재 가격 상승분과 납품 단가 상승이 이뤄지지 않아 주물회사들이 공장 가동을 중단해 결국 정부와 대기업이 주물 업계에 납품 단가 인상을 결정한 점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또다시 주물사와 대기업 간의 납품 단가 인상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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