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요 기업과 공공기관에 대한 국가고객만족도(National Customer Satisfaction Index·NCSI) 조사에서 호텔 업종이 ‘톱10’ 가운데 7개를 차지하며 강세를 이어갔다. 또 신라면세점이 새로이 톱10에 진입해 외국인을 향한 면세점의 서비스 경쟁을 예고했다. 이와 함께 전체 점수가 역대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서비스 수준이 크게 향상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생산성본부는 11일 지난해 국내 73개 업종 314개 기업(대학)과 공공기관에 대한 NCSI를 조사한 결과 총 74.7점으로 지난 2015년(74.1점)에 비해 0.6점 상승했다고 밝혔다. 한국생산성본부와 미국 미시간대가 공동 주관하고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하는 NCSI는 조사가 시작된 1998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국내 기업들이 고객중심 경영과 서비스 향상에 힘을 쏟으며 고객만족도를 끌어올린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NCSI 조사에서는 전체 314개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호텔 서비스업 부문의 호텔신라가 85점으로 지난해에 이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올해 고객만족도 ‘톱10’에는 호텔신라를 포함한 호텔 7개와 신라면세점, 전문대학의 영남이공대학교, 아파트의 삼성물산이 이름을 올렸다. 고객만족도 ‘톱10’에서 호텔은 7개 중 6개가 1위에서 6위를 차지해 전년과 마찬가지로 호텔 서비스의 우수성이 지속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경제 부문별로 살펴보면 14개 경제 부문 가운데 9개 경제 부문의 고객만족도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업종별로는 73개의 업종 중 39개 업종의 점수가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던 기업의 순위가 뒤바뀐 업종이 20개, 공동 1위로 나타난 업종이 5개로 나타나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선두기업들의 고객 만족 노력으로 상위권 기업들 간의 고객만족도는 상향 평준화되고 있지만 중하위권 기업들의 고객 만족 노력이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상위권과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지적된다. 중하위 기업들에는 더욱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고객중심 경영전략이 요구된다는 게 생산성본부의 지적이다.
국가 전체의 경제 부문별 고객만족도 수준을 살펴보면 14개 경제 부문 중 9개 경제 부문은 상승, 5개 경제 부문은 하락했다. 2016년 가장 높은 NCSI 향상률을 기록한 경제 부문은 공공행정으로 전년 대비 2.5% (1.8점) 상승했으며 건설업과 전기, 가스, 증기·수도사업이 1.5% (1.1점) 상승해 뒤를 이었다. 특히 이 부문에 속한 업종 중에서 유일하게 세무행정이 전년과 같은 점수를 기록했을 뿐 점수가 하락한 업종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내구재 제조업 1.2% (0.9점), 비내구재 제조업 1.1% (0.8점), 운수업 1.1% (0.8점), 교육서비스업 1.0% (0.7점) 순으로 높게 조사됐다.
가장 높은 향상률을 기록한 공공행정 부문은 쓰레기수거·경찰행정과 관련된 고객 만족 활동의 강화로 모두 2.8%라는 큰 폭의 향상률을 기록했다. 쓰레기수거는 정부 주도의 쓰레기 감량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한 영향으로 지자체와 자치구별로 쓰레기수거 기준을 강화한 결과 쓰레기 배출량이 줄어들고 고객이 소비하는 종량제 봉투 지출비용이 감소하면서 고객만족도가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행정은 경찰관서를 방문하지 않아도 민원을 처리할 수 있는 ‘경찰민원포털’ 서비스를 시행하는 등 국민 접근성을 높인 점이 주효했다.
건설업의 고객만족도 상승의 원동력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시장의 가격 상승에 기인한 것이라는 게 생산성본부의 분석이다. 금융권의 저금리 기조가 확대됨에 따라 아파트 시장에 투자수요가 집중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고객 만족이 긍정적으로 표출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 같은 긍정적 결과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건설사별로 고객의 기대를 넘어서는 디자인 차별화와 사용성 차별화 등 핵심 사항에 대한 차별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생산성본부의 충고다.
반면 2016년에 NCSI 하락폭이 가장 컸던 업종은 숙박·음식점업으로 전년보다 0.9% (-0.7점) 하락했다. 베이커리와 호텔이 각각 1점과 2점 하락하면서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호텔의 경우 지속되는 엔저 현상과 더불어 원화 강세가 겹치면서 과거보다 같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필요한 비용이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기존 특급호텔과 차별화되는 젊은 감성을 내세우는 호텔이 증가하면서 특급호텔만의 서비스 경쟁력을 체감하지 못함에 따라 고객만족도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고객만족도 상승을 위해서는 각 업종에 적합한 서비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순직 생산성본부 회장은 “NCSI 상위권 업종 중 다수의 기업은 고객중심 경영을 기업운영의 핵심가치로 인식하고 질적 서비스 개선에 주력한 결과 모두가 겪는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