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1세대 아이폰 공개로 촉발된 스마트폰 대중화의 빅뱅이 지난 9일 10주년을 맞았다. 국내외 과학·기술·산업계에서는 그간의 발전성과와 앞으로 10년의 청사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3일 서울경제신문이 그간의 궤적을 되짚고 향후 전망을 가늠해봤다.
지난 10년간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과 사양은 이름을 제외하면 거의 다 바뀌었다. 우선 사람의 두뇌에 해당하는 프로세서가 급격히 진보했다. 애플이 지난 2007년 1월 세계 무대에 데뷔시킨 1세대 아이폰의 중앙정보처리장치(CPU)는 개인용컴퓨터(PC)에 들어가는 펜티엄칩 정도의 수준이었다. 당시 이 칩의 정보처리 속도는 620㎒였는데 올해 등장할 삼성전자 갤럭시S8에 적용이 유력시되는 CPU는 약 4배인 2.45㎓에 달한다. 이 칩은 4개의 뇌를 가진 셈인 쿼드코어 프로세서의 한 종류인데 PC를 넘어선 워크스테이션 수준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슈퍼컴퓨터에 육박하는 두뇌가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서 정보통신기기를 총괄하는 이규복 CP는 “앞으로 쿼드코어 수준이 아니라 수백코어 수준의 CPU 개발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2012년 인텔은 오는 2022년까지 48코어 프로세서를 스마트폰용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보가 표시되는 디스플레이도 급변 중이다. 1세대 아이폰의 디스플레이는 약 15만 화소의 저화질 액정화면(LCD)이었으나 이후 급발전해 올해 국내 갤럭시S8이나 갤럭시노트8, 혹은 LG전자 G6에는 초고화질급의 QHD패널이 장착될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한 전자업계 엔지니어는 “기존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가 고화질 혁명, 터치스크린 혁명을 이뤄왔다면 앞으로는 접고 구부릴 수 있는 폴더블디스플레이가 대세가 될 것”이라며 “대체기술이나 보완기술로 홀로그램 등이 또 다른 표시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그래핀을 활용해 구부릴 수 있는 회로기판과 돌돌 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기술이 결합하면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폰이 웨어러블 등에 대체돼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하지만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 사물인터넷(IoT)과 5세대 이동통신, 인공지능신경망 등이 결합되는 초연결사회에서는 스마트폰이야말로 네트워크와 인간, 각종 기기를 연결하는 이동기지, 즉 모바일 허브로 계속 살아남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특히 헬스케어, 보안용 등의 센서들로 무장하면 지금과는 다른 서비스혁명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 같은 진화가 가져올 역기능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한 포털업계 간부는 “스마트폰은 빅데이터 생성을 위한 사회, 개인의 데이터를 수집, 취합하는 말단이나 중간허브가 될 터인데 자칫하면 사생활 침해 등을 일으키는 ‘빅브라더’의 지팡이가 될 수 있어 정보보안 기술과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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