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는 흔히 고배기량에 연비가 낮아 ‘기름 먹는 하마’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고연비·친환경차 위주로 재편되면서 미국차 업체들도 ‘다이어트’와 친환경차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미국 ‘빅3’ 중에는 GM이 대표적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방문한 미국 미시간주 워런의 GM 테크센터에서는 이런 변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워런 테크센터는 한국GM 부평 본사의 3배 규모에 가까운 총 287만㎡ 부지에 총 39개 건물로 구성됐다. 차체 경량화와 전기차 배터리 기술, 차량 디자인 개선 등을 위한 집중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경량화 기술에 있어 GM은 단순히 차체뿐 아니라 엔진과 변속기·에어로다이내믹 등 차량 전반에 관련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부품은 물론 부품 접합 방식도 레이저나 주름을 잡은 접합부를 채택하고 불필요한 부분에 구멍을 내는 등 1g이라도 줄이기 위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노력은 GM이 현재 출시하는 차량들에 속속 적용되고 있다. 신형 ‘크루즈’는 기존 모델보다 113㎏, 신형 ‘말리부’는 136㎏, ‘트래버스’는 164㎏, ‘카마로’와 ‘에퀴녹스’는 181㎏씩 줄였다. 찰리 클라인 GM 글로벌 CO2 전략 및 에너지 개발 총괄 임원은 “차량 1대당 평균 136㎏씩 감량해 판매대수에 적용하면 연간 1억ℓ 이상의 가솔린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차체가 가벼워지는 것뿐 아니라 보다 단단해지기 위해 탄소섬유나 알루미늄을 확대하는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 캐딜락의 대형 세단 ‘CT6’가 좋은 예다. 알루미늄 등 총 11종의 소재가 차체에 들어가 있다. 외판은 주로 알루미늄을, 내판은 고장력강판을 사용해 경량화와 안전을 동시에 잡았다.
워런 센터에서는 미래차인 전기차의 핵심 배터리에 대한 집중 연구도 진행 중이다. 어드밴스드 에너지센터로 이름 붙은 5,950㎡ 규모의 건물에는 1,000여명의 연구원이 차세대 배터리와 전기차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 시설의 절반은 전기화학 배터리 셀과 모듈의 테스트, 완성된 배터리팩의 평가를 위한 공간이다. 쉐보레는 LG화학으로부터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실제로 센터 곳곳에서 LG 마크를 찾아볼 수 있었다. 배터리가 검증을 통해 공급되지만 GM은 이곳에서 별도의 검증 과정을 또 거친다. 총 49개의 온도 제어 기기는 연중 가동되면서 충돌·관통·투습·과충전·강제방전 등 안전과 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제작과 분해, 충전기 개발과 적용 테스트, 폐배터리를 재활용한 긴급 전원시스템 등에 대한 연구도 이어졌다. 배터리 배열 방식의 개선을 통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고 이를 통해 열화 현상을 막아 성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GM 관계자는 “LG 배터리의 안전성은 다른 경쟁업체들을 압도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GM은 테크센터에 총 1조2,000억원(10억달러)의 신규 투자를 진행했다.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연구하는 얼터너티브 에너지 센터 등 R&D 시설 개선, 정보기술(IT) 이노베이션 센터 증축, 어드밴스드 에너지 센터 등의 차량 테스트 시설을 신축 중이다. GM 관계자는 “양산형 전기차 시대를 이끌기 위해 앞으로도 관련 연구를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런=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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