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를 가졌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롯해 여야 대표와 600여명의 중소기업 대표들이 참석해 신년의 각오와 덕담을 함께 나눴다. 필자는 이 자리에서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꺼냈다. 올해를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국내시장으로부터 독립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자신은 있는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여러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실 많은 중소기업인들은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 마음 깊숙한 곳에는 ‘반드시 홀로 서리라’는 의지를 품고 있다. 대기업에만 내수에만 의존해서는 지속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어 언젠가는 기업의 존망이 외부적 요인에 의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홀로서기는 기술개발과 인재계발, 브랜드 구축과 판로개척 등 개별기업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우리 경제시스템의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 지난해 중소기업은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내우외환을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음에도 한국의 경제 성장과 고용창출에 힘을 모으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대기업 수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수출을 늘리고 청년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노력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암울한 그림자가 우리 사회를 뒤덮으면서 우리 모두는 허탈감에 빠졌다. 수십년간 청산하지 못한 불공정의 잔재들이 사회 곳곳에 남아 한국사회에 혼란을 초래하고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던 것이다.
이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사회경제 구조의 혁신이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창업과 일자리 창출이 확대되고 모든 경제주체가 공정한 기회를 갖는 ‘바른 시장경제’를 구현해야 한다. 경제 활성화의 목적이 성장 우선에서 고용 우선으로, 공급경제에서 수요경제로,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전통 제조업에서 서비스와 신산업으로 옮겨져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은 스스로 체력과 능력을 길러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지금처럼 대기업과 내수시장에만 의존해서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 중소 제조업은 스마트공장을 도입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고 내수기업들은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이 모든 일이 참으로 힘들고 먼 길일 수 있지만 목적지 없이 큰 바다 가운데 표류하기보다는 정확히 목표를 설정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언제라도 해야 할 일이면 지금 하는 게 낫고 누구라도 해야 할 일이면 내가 하는 게 낫고 어차피 할 일이면 최선을 다하는 게 낫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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