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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틸렌 '알래스카의 봄' 언제까지 이어지나

에틸렌 가격 강세 두고 업계 갑론을박 격화

지난해 SK이노베이션, 롯데케미칼 등 주요 유화업체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화학업계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의 호황이 있었다.

2015년 톤 당 600달러 선이던 에틸렌 가격은 올 들어 톤 당 1,000달러를 넘기며 유례 없는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유화업계에서 4·4분기는 전통적인 비수기이지만 지난해에는 이 같은 전례마저 뒤엎었다. 롯데케미칼 등 주요 업체의 4·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뛰어올랐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틸렌이 유화업계에 선물한 ‘알래스카의 봄’이 예상 밖으로 길어지면서, 이번 호황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를 두고 뜨거운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비관론자들은 공급과잉을 근거로 대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 지어진 에탄을 원료로 한 에틸렌 생산 시설(ECC)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 물량을 쏟아내면 아시아 시장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북미 ECC는 오는 2020년까지 연간 약 1,300만톤의 생산 물량을 시장에 더 출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LG화학이 지난해 10월 전라남도 여수공장에 2,870억원을 투자해 에틸렌 생산량을 현행 연간 104만톤에서 127만톤으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롯데케미칼도 지난해 12월 여수 NCC의 연간 에틸렌 생산량을 20만톤 증설하기 위해 2,53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대한유화는 온산 NCC(나프타분해시설) 증설을 통해 올해 6월 연간 생산량을 47만톤에서 80만톤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ECC가 올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에틸렌 강세는 길어야 올 상반기에 일단락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공급량이 늘어나는만큼 수요도 그에 못지않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유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ECC의 원료인 에탄 가격이 올해 상승세를 보이면 마진을 유지하기 위해 공장을 풀가동하기 어렵다”며 “에틸렌을 원료로 만드는 폴리에틸렌(PE) 가격의 북미-아시아 시장 격차가 톤 당 100달러 안쪽까지 좁혀져 북미 생산 물량의 수출 요인도 줄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정 확대 정책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1조달러 공공인프라 투자정책이 전방시장 회복을 이끌어 석유화학제품 수요 개선을 이끌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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