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투자 시장이 ‘트럼프 임팩트’에 출렁이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최후의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달러 투자에도 비상이 걸렸다. 올해 달러 강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이 수그러들면서 달러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워졌고 금은 지난해 보여줬던 눈부신 수익률을 되레 깎아 먹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예측이 어려운 만큼 금·달러 투자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권하고 있다.
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국내 설정된 금 펀드의 6개월 평균 수익률은 -15.52%까지 추락했다. 지난해 한때 60%대까지 올라섰지만 11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금값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금 선물 가격을 따라가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실적이 형편없다. ‘KODEX 골드선물’ ETF 역시 최근 반년간 수익률이 -11.49%였다. 그나마 최근 달러 약세로 인해 1개월 수익률이 4.69%까지 올라섰지만 이마저도 언제 꺾일지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흔히 금은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여겨지지만 장기 수익률도 투자자들의 기대를 배신했다. 금 펀드의 5년 평균 수익률은 무려 -36.65%, KODEX 골드선물도 -31.05%를 기록하고 있다. 박스권 증시에서 고전해온 국내 주식형 펀드조차 5년 동안 1.48%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금과 함께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도 최근 변동성 확대로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증권사·운용사들도 일제히 달러 강세를 전망했지만 최근에는 최소한 1·4분기 내로는 약세가 지속된다는 관측이 대세다. 대신증권 마켓전략실은 “트럼프 정권의 보호무역 정책에 대한 우려로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오는 4월 환율조작국을 발표한 후에야 강세 반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최근 달러 투자도 방향성을 잃었다. 금값 상승에 투자하는 ‘KODEX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 반대로 하락에 투자하는 달러 인버스 ETF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는 최근 일주일간 일일 거래량이 각각 30만~40만건으로 비슷했다. 투자자들이 어느 한 방향으로 쉽사리 몰리지 않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출렁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최근 전 세계 시장은 안전자산 또는 위험자산으로의 방향성을 보이기보다는 트럼프의 발언, 정책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 무작정 ‘금·달러는 사두면 오른다’는 믿음을 버리라는 지적이다. 오 센터장은 “결국 금이나 달러의 본질적 가치와 실제 거래가격의 차이(밸류에이션)를 따져 투자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향후 미국의 금리 인상을 따라 달러가 강세로 돌아선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달러나 달러 ETF에 투자하기보다 달러 표시 채권, 미국 주식형 펀드 등에 투자하는 방식이 보다 안정적인 투자법으로 꼽힌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