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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견기업 갑질 여전한데...200만원 이상 모이면 대금결제하는 강소기업

난방필름 생산업체 렉스바

무차입 경영철학 바탕으로

협력사와 굳건한 신뢰 구축

8년만에 매출 60억 회사로

생산라인 대표에 전권 부여

출근부 없앤 경영혁신 눈길

김호섭 렉스바 대표




# 지난 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A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대표적인 중견기업인 A사는 2014년 1월부터 지난 2월까지 111개 하도급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을 늦게 주면서 이에 따른 지연이자,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수수료 등 5억8,047만원을 떼먹었던 것.

지난해 8월에는 현대BS&C와 SPP조선, 대경건설, 동일, 엘탑종합건축사사무소, 삼부토건 등 6개 업체가 공정위로부터 하도급법 상습법 위반 업체로 낙인찍혀 회사 이름이 공개됐다. 이들 기업은 경고 이상의 조치를 3회 이상 받고 누적 벌점이 4점을 초과해 이같은 불명예를 안았다.

이처럼 대·중견기업들의 ‘갑질’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게 산업계 현실이다. 중소기업간 불공정행위도 적지 않지만, 덩치가 큰 대·중견기업의 반(反)시장경제 행위가 중소기업들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0만원 이상만 모이면 바로 납품대금을 현금으로 결제해 주는 강소기업이 업계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난방필름 제조업체 렉스바는 지난 설 연휴 전에 결제 기일보다 5~7일 앞당겨 대금을 줬다. 7일 만난 김호섭(사진·57세) 렉스바 대표는 “기술 개발로 회사를 설립할 때 반드시 빚없이 경영하자고 마음을 먹었다”며 “그래서 은행 잔고가 200만원 이상만 모이면 무조건 원부자재 대금부터 결제하기 시작했다”고 겸손하게 입을 열었다.

렉스바의 지난해 매출액은 60억원. 매출 수조, 수십조원대의 삼성, 현대차그룹 계열사처럼 매출이 100억원도 안되는 중소기업이 현금결제를, 그것도 결제기일도 당겨 납품대금을 주고 있다.



이런 김 대표의 경영 철학은 ‘우수하고 안정적인 원부자재 공급’이란 선물로 돌아왔다. 김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원부자재 업체와의 신뢰 관계를 구축한 만큼 원부자재 공급 문제로 고민을 한 적이 없다”며 미소를 지었다.

렉스바에 출근부가 없는 것도 이채롭다. 생산라인의 대표에게 의사 결정 전권을 줘 라인 대표가 자율적으로 생산량과 근로 시간 등을 조절하고 있어서다. 김 대표는 “직원들이 대표 마음으로 일을 하지 않으면 반드시 생산 라인이나 영업부문에서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라며 “그렇기에 직원들에게 과감하게 생산 현장을 알아서 할 수 있도록 전권을 부여하면서 동기 부여를 했다”고 소개했다.

기술중심 기업인 렉스바의 주력 제품은 난방필름. 전기를 통해 바닥난방은 물론 벽체 난방, 사우나 등에도 적용할 수 있는 특수필름으로 가동 1분 만에 40~50℃로 온도를 올려준다.

렉스바 난방필름의 전자파는 세계보건기구에서 정한 기준을 만족할 정도로 미미하다. 이에더해 원적외선과 음이온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상업용 바닥 난방 소재로 쓰이는데, 기존 바닥면에 바로 설치가 가능해 당일 시공을 할 수 있어 인기다.

렉스바는 설립년도인 2008년에 19억원을 기록한 후 2015년에 50억원, 지난해에는 60억원을 넘겼다. 김 대표는 “전 세계 26개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올해에는 추가적으로 수출 거점을 확보해 수출 물량을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올해에는 80억원 이상의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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