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금속광물에 대한 자료는 한심한 수준입니다. 노다지를 찾으려고 해도 기초 매장이나 수출입 통계는 물론이고 제대로 된 지질분포 정보도 찾기 쉽지 않아요.”
민간학계의 한 관계자가 최근 서울경제신문을 통해 전한 하소연이다. 토종 비금속광물들을 신소재로 개발하려고 해도 도대체 어디에 어떤 품질의 광물이 어느 정도나 묻혀 있는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뜻이다. 철광석 등 금속자원에 비해 비금속자원은 홀대받아왔기 때문이다. 광물자원공사 측조차 “저희는 주로 금속자원이나 해외자원개발 쪽에 주력하고 있어 비금속광물 쪽은 자료가 별로 없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어떤 비금속광물을 얼마나 가졌는지도 모르고 있고 알더라도 그 효능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국내에 매장돼 있음에도 수입에 의존하는 의약·미용·식품소재가 적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당국자도 이런 원료에 대한 인식 자체를 못하고 있으니 수입원료 대체를 위한 토종 광물제품 개발을 위해 내수시장 현황을 알고 싶어도 관련 수입통계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탄했다.
그나마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비금속광물 분야에 의욕을 갖고 집중 연구 중이지만 워낙 선대의 연구·조사가 일천한데다 인력과 재원의 한계로 인해 600여종으로 추정되는 광범위한 비금속광물의 현황을 모두 자세히 살피기는 어렵다. 실제로 지질연은 지난 2015년 경북 지역 등의 벤토나이트 등 주요 비금속광물 매장 지역을 찾으러 나섰으나 관련 지역의 지질도가 거의 100년이나 50년 가까이 된 것밖에 없었다고 한다. 조선총독부 시절 한 측량기사가 당나귀를 타고 다니며 조사해 1922년에 만든 1대5만 축적의 지질도(일명 ‘조양도폭’)가 전부였던 것이다. 그나마도 1985년 우리 정부가 1대1만2,500 축적으로 만든 준정밀 지질도(일명 ‘어일도폭’)를 만들었으나 당시 조사기술이 미흡해 광물의 분포를 신뢰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비금속광물이라고 하면 주로 시멘트 따위였고 고가의 광물은 매장량이나 기술 확보 여부가 분명하지 않아 정부도, 기업도 정밀한 지질조사에 투자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요즘은 항공이나 위성사진과 같은 영상자료로 현장조사를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지만 여전히 많은 시간과 전문적인 인력이 필요한 만큼 이제라도 보다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통일시대까지 염두에 두고 광업 고부가가치화를 이루려면 이 같은 기초조사의 범위 대상을 앞으로 북한 지역으로까지 한층 넓힐 수 있도록 정부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바이오광물 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민간 대기업 및 중견기업, 자본시장의 관심도 필요하다. 아무리 알짜 광물을 캐내고 신소재 원료로 가공할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사서 신약이나 첨단산업소재·식재료·미용용품 등으로 구매하는 기업이 없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지질연은 업무 분야의 한계로 인해 벤토나이트 등 주요 광물을 정밀가공해 의약품 등의 기초원료 수준으로 만드는 단계까지만 연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소재를 바탕으로 더 높은 부가가치를 내는 상품을 만드는 후방산업 분야는 관련 업계와 유관기관의 추가적인 참여와 투자가 없으면 커지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런 점에서 최근 송윤구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 교수의 연구가 주목된다. 그는 요즘 강남세브란스병원과 함께 위암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균을 직접 위벽에서 공격해 녹이는 신약을 연구 중인데 여기에 중요한 재료로 스멕타이트를 응용하고 있다. 스멕타이트도 벤토나이트에 함유된 성분 중 하나다. 그는 “국내에서 의약용 스멕타이트를 제조할 수 있음에도 그동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왔다”며 “국산 광물을 고순도 정제하면 상당한 바이오 원료들의 수입을 대체하고 일부는 수출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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