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의 아동용 브랜드 구찌 키즈, 버버리 칠드런, 아르마니 주니어, 몽클레르 앙팡, 펜디 키즈, 겐조 키즈 등 명품 브랜드의 키즈 라인이 기존 명품 브랜드 이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아동용 명품 브랜드 ‘구찌 키즈’의 프리미엄 책가방(112만원), 런치백(97만5,000원) 등은 완판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몽클레어 앙팡’의 겨울 외투의 경우 200만원이 넘지만 매출이 전년 대비 22% 늘었다. 이 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아동 상품군 매출은 전년에 비해 17% 늘었다. 신세계에서는 이달 들어 9일까지 아동 상품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4% 늘었다.
전 연령대에서 아동용품만 불황에도 꺾이지 않는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아이 하나만 낳는 풍조가 일반화되면서 ‘골드 키즈(왕자나 공주처럼 귀하게 자라는 외동아이)’에 예산에 제한을 두지 않는 소비 패턴이 주류가 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또 양가의 조부모·부모·삼촌·이모 등 8명이 한 명의 아이를 챙기는 ‘에잇 포켓(여덟 명의 주머니)’ 현상도 한몫했다. 김혜림 롯데백화점 아동 상품군 수석바이어는 “‘에잇 포켓’을 넘어 ‘텐 포켓’까지 신조어가 생기면서 한 자녀에 대한 소비가 집중되는 구조”라며 “프리미엄 아동 상품군 시장은 계속 호황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동시에 아동 대상의 명품 소비가 늘어나면서 계층 간 위화감도 커지고 있다. 아이 한명을 키우는 김모씨는 “아이 옷부터 브랜드를 중시하면서 일반 직장인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을 수준”이라며 “옷이나 책가방부터 아이에 관한 모든 게 비싸지 않은 게 없어 아이 키우기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육아에도 과시 소비 풍조로 경제적 부담이 커지면서 아이 낳기를 꺼리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혼 여성 중 자녀를 낳지 않는 이유 중 45.5%는 경제적 이유로 자녀를 더 낳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중 자녀교육비 부담이 21.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자녀 양육비 부담(12.4%), 소득·고용불안정(6.9%) 등이 뒤를 이었다.
/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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