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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뚝심 리더십'

'최순실 게이트'에서 더욱 빛난 '정도경영' 원칙<br>꾸준하고 과감한 R&D 투자로 성장동력도 확보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당당하고 솔직한 태도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청문회에서 재벌 총수 중 처음으로 전경련 탈퇴를 선언한 데 이어 곧장 실행에 옮겼다. 구본무 회장은 ‘뚝심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그는 1995년 LG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뒤 주력 계열사의 핵심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묵묵히 지원한 결과 LG는 구 회장 취임 이후 매출액이 5배나 성장할 수 있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뚝심 있는 연구개발 투자는 그룹을 성장시킨 원동력으로 평가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구본무 회장은 증인으로 함께 출석했던 기업인들 가운데 가장 당당하고 소신 있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을 해체하는 것에 찬성하는 분은 손을 들어보라”고 말하자 구본무 회장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들었다. 그제서야 여러 명의 기업 총수들이 손을 따라 들었다. 이어 구 회장은 마이크를 가져다 놓고 “전경련은 헤리티지 재단처럼 재단으로 운영하고, 각 기업 간의 친목 단체로 남아야 한다는 게 제 의견”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이유에 대해선 “K스포츠·미르재단 출연과 관련해 정부가 추진하는데 민간 차원의 협조를 바라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LG는 구본무 회장의 뜻대로 지난해 12월 27일 10대 그룹 중 처음으로 전경련에서 탈퇴했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롯데 등 5대 그룹 대부분이 최순실 게이트에 흔들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LG는 이를 비켜간 모습을 보이고 있다. LG는 ‘정도경영’, ‘투명경영’이라는 경영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숱한 정경유착 사건에 한 번도 엮인 적이 없을 정도로 투명한 모습을 보여왔다. LG는 지난 2004년 재계에서 처음으로 지주사 전환을 해놔 지배구조와 관련한 잡음이나 경영승계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차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LG그룹 관계자는 “LG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경향이 있지만, 그 이면에는 원리원칙을 모토로 한 투명경영과 책임경영이 뒷받침하고 있다”며 “이런 전통이 임직원들에게까지 계승되면서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드문 것 같다”고 설명했다.

LG전자가 ‘CES 2017’에서 선보인 공항 안내 로봇(왼쪽)과 공항 청소 로봇(가운데), 잔디깎이 로봇 모습.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 선도 목표
LG는 최순실 게이트라는 리스크를 비켜 가면서 지난 연말 주요 그룹 중에서는 처음으로 연말 인사를 단행했다. 이와 더불어 기존 가전 등 전자사업을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 사업 육성에 집중하기로 했다. LG는 올해 그룹의 핵심 사업 키워드로 ‘4차 산업혁명’을 점찍었다. 구본무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그룹 임직원들에게 “주력 사업은 사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고객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인공지능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혁신 기술은 게임의 룰을 전혀 새로운 형태로 바꾸고 있어 틀을 깨는 시각으로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야 한다”고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앞장설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LG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히고 있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성장동력으로 삼고 혁신적인 경영전략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나가겠다는 의지다.

LG그룹 관계자는 “고객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게 바꾸기 위해 스마트 가전에서부터 스마트 도시, 산업 인프라 등 광범위한 분야까지 혁신 기술을 빠르게 적용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올해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을 둔 로봇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LG전자는 로봇청소기 사업을 통해 축적한 자율주행 기술과 로봇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스마트 가전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은 생활 로봇을 체계적으로 준비해왔다. 앞으로는 가전에서 시작한 로봇 사업 부문을 공공 서비스로도 확장한다는 것이 LG전자의 밑그림이다. 이미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7’에서 다양한 로봇 제품들을 공개했다. LG전자가 선보인 로봇은 스마트 가전과 연계해 똑똑한 집사 역할을 수행하는 가정용 허브(Hub) 로봇, 정원을 손질하는 로봇, 공항·호텔 등 공공 장소에서 고객의 편의를 돕는 로봇 등이다.

인공지능을 적용한 스마트 가전 사업에도 집중한다. 스마트 가전은 각종 센서와 무선인터넷을 통해 사용자의 생활 패턴이나 주변 환경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 이후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생활 패턴과 환경에 최적화된 방식을 찾아준다.

2020년 최종 완공을 목표로 조성하고 있는 ‘LG사이언스파크’ 조감도.


기존 기술에 인공지능이 맞물리게 되면 모호해져 가고 있는 산업 간의 경계선은 더욱 희미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구본무 회장이 “4차 산업혁명 흐름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으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생기면 모든 라이프스타일이 이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게 된다.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새로운 판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LG 입장에서는 이 같은 변화 추세가 ‘퀀텀점프(대약진)의 기회’인 동시에 ‘도전’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LG는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보였던 스마트폰 사업부에 대해 대대적인 인사·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차세대 먹거리로 구상하고 있는 사업들이 스마트폰과 직· 간접적으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LG전자와 LG이노텍은 융·복합 디바이스 중심의 사업 전략을 펼치고, LG유플러스와 LG CNS는 사물인터넷 솔루션 및 서비스, 플랫폼 등을 개발·제공하는 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모든 가전제품에 무선랜(Wi-Fi) 기능을 탑재한다는 계획 역시 모든 사물을 연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의 일부다.

LG전자의 전기차용 부품을 탑재한 차량 구조 모형. LG의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속도 올리는 자동차 전장부품 산업
LG는 그룹의 주요 성장동력으로 삼은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에서도 경쟁력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LG의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은 올해 본격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LG는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을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LG전자는 2013년 VC(Vehicle Components) 사업본부를 신설해 매년 4,000억 원씩 투자를 하며 관련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단행된 정기 인사에서 전장사업을 맡고 있는 VC사업본부의 책임 부서를 세분화하고 글로벌 거점을 구축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LG는 오랜 기간 미국 자동차업체 GM과 협력하며 전기차 ‘쉐보레 볼트’의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GM에 공급할 부품 11종을 생산하는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도요타와도 차량용 텔레매틱스 부품 납품 계약을 맺었다. 또 폭스바겐 그룹과도 양해각서를 체결해 커넥티드카 서비스 플랫폼 공동 연구에 착수했다. 운전자들이 차량을 통해 스마트 홈 서비스나 위치기반 서비스와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LG는 쉐보레 볼트에 전장부품을 공급하는 LG전자와 LG화학 이외에도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하우시스 등도 함께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인 스마트카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LG이노텍은 주력사업을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에서 전장부품 사업으로 바꾸고 있다. LG이노텍은 차량용 전장부품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이 부문에서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예상할 정도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주가 가능한 자동차 전장부품군을 확대하고 거래선과의 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LG화학은 미래 전기차 시장을 이끌 차량용 전지 사업에 이어 바이오 분야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LG화학의 자동차 전지 사업은 2016년 처음으로 1조 원 매출이 예상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그린 바이오 분야에도 진출했다. LG생명과학과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의학·약학 분야와 접목된 생명공학 분야인 레드 바이오(Red Bio) 사업에도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게 될 예정이다.

지난해 LG전자 서초 R&D캠퍼스에서 열린 ‘LG 연구개발성과 보고회’에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LG전자 연구원에게 상패를 전달하고 있는 모습.


연구개발과 인재에 적극적인 투자
LG는 이처럼 전자와 화학 계열사를 중심으로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래를 준비할 핵심기술 연구개발은 서울 마곡지구 내 ‘LG사이언스파크’에서 이뤄진다. LG사이언스파크는 2020년 최종 완공을 목표로 조성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융·복합 연구개발 단지다. 올해 1단계 준공을 앞두고 있다. LG전자, LG화학 등 11개 계열사가 입주하는 LG사이언스파크는 총 4조 원이 투자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LG그룹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의 연구개발에 대한 철학과 관심은 LG그룹의 태동기부터 내려온 유산”이라며 “LG는 연구개발에만 4조 3,000억 원을 투자한 2011년 이후, 연평균 5,000억 원 이상 꾸준히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왔고 지난 2015년 이후엔 6조 원대의 연구개발 투자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래 준비를 위한 구본무 회장의 뚝심 있는 연구개발 투자는 LG그룹을 성장시킨 원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꾸준하고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 덕분에 1995년 구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 전체 매출액이 5배(1994년 30조 원에서 2015년 약 150조 원)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본무 회장의 연구개발 사랑은 매년 열리는 ‘LG 연구개발성과보고회’와 ‘LG 테크노 콘퍼런스’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LG 연구개발성과보고회’에 참석해 각 계열사의 핵심 기술을 일일이 살펴보고 뛰어난 성과를 거둔 연구개발팀을 직접 시상할 정도로 정성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에도 LG 연구개발성과보고회를 통해 높은 성과를 낸 연구개발 인재를 임원급 연구위원으로 승진시키고, ‘LG 연구개발상’ 수상자들에게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총 25억여원의 포상금도 지급했다.

구본무 회장 리더십의 또 다른 특징은 인재들과의 소통경영에 있다. 구본무 회장은 1년에 최소 네 차례 이상 정기적으로 대학(원)생들과 만나 소통하고 있다. 국내와 미국에서 각각 열리는 LG 테크노 콘퍼런스에서는 이공계 석·박사 대학원생들을, ‘LG글로벌챌린저’ 발대식과 시상식에서는 국내외 대학생들을 만나 메시지를 전달하고 젊은 인재들의 목소리도 듣는다.

구본무 회장은 최고경영진과 인사담당 임원들에게 우수 인재 확보를 독려하며 “좋은 인재를 뽑으려면 유비가 삼고초려하는 것과 같이 CEO가 직접 찾아가서라도 데려와야 한다. 좋은 인재가 있다면 회장이라도 직접 찾아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LG그룹 관계자는 “구 회장은 시장을 선도하는 고객가치 창출의 원천이 ‘인재’라는 신념으로 사람을 뽑고 키우는 인재경영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은 ‘붉은 닭의 해’ 정유년(丁酉年)으로 1945년생 닭띠인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맹활약이 기대되는 해다. 구본무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신성장동력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경영 성과를 창출한다는 LG의 목표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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