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문화산업 육성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대중성이 높은 만화시장은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인쇄 만화의 급격한 퇴조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 공격적인 디지털화와 미디어융합, 여성독자 공략이 만화 한류 개척의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14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만화 해외시장조사 및 교류지원 사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만화시장 규모는 지난 2012년 약 75억 달러를 정점으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오는 2019년에는 63억 달러 수준까지 위축될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은 독일을 제외한 만화시장 ‘상위 10위’ 국가 중 우리나라(6위), 일본(1위), 미국(2위), 중국(7위) 등 9개국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주로 인쇄만화 수요가 급감하는 탓이다. 지난 2011년 약 71억 달러였던 시장 규모가 지난해에는 약 60억 달러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며 2019년에는 55억 달러 선마저 지키지 못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콘진원은 “인쇄만화는 디지털 기기의 보급이 증가하면서 매출규모가 점진적으로 감소해 왔다”며 “디지털 만화로의 사용자 이동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전세계 만화시장에서 불과 3.3%였던 디지털 만화 비중은 올해 10% 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디지털 만화의 전세계 시장 규모는 2019년 8억4,000만 달러에 달해 2010년(2억2,900만 달러) 대비 4배 가까운 몸집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미국 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현지 시장에서 디지털 만화의 비중은 지난 2014년 약 21%였던 것이 2019년에는 32%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비결은 유통 방식의 다변화다. 온라인에선 디지털 만화를 판매하는 애플리케이션(앱)들이 속속 나오고 있고,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디지털만화 다운로드 추천작을 소개해주는 코너가 생길 정도로 다양한 경로의 소비자 접촉점이 생기고 있다.
수출시장의 다변화도 요구되고 있다. 한국의 만화 수출은 주로 중국 등 아시아에 편중돼 있다. 콘진원은 중국 만화 시장에 대해 “무료 웹툰 서비스가 많고 불법 콘텐츠 유통 등으로 디지털 만화 성장이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세계 2위 시장인 미국에서도 한국 만화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우리나라의 2014년도 북미지역 콘텐츠 수출액 중 만화의 비중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아시아산 만화 열풍이 불고 있는 유럽의 사정 역시 비슷하다. 우리나라의 유럽 콘텐츠 수출액 중 만화의 비중은 지난 2014년 현재 2.6%에 그쳤다. 특히 프랑스내 외산번역만화 시장에서 한국만화의 점유율은 급락 중이다. 지난 2006년 18.4%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걸어 2015년에는 1.4%를 기록했다.
시장내 비중이 늘고 있는 여성 독자 공략도 만화 시장에서 성패를 가를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디지털만화 서비스업체 코믹솔로지의 분석에 따르면 2014년 미국 내 신규 만화 소비자 중 여성의 비중은 약 20%였으나 2016년에는 30%를 넘어섰다. 우리나라에서도 스마트폰, 개인용컴퓨터(PC) 등으로 만화를 쉽게 접하게 되면서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 독자층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콘진원은 이 같은 시장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으로 해외 시장을 겨냥해 만화 디지털서비스의 포맷을 표준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신작을 발굴해 안정적으로 공급해줄 에이전시 및 경영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국적 시장을 겨냥한 번역가 양성 및 관련 인프라 구축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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