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곡동에 거주하는 이모 씨는 브라질 국채 열풍이 불었던 2012년 1억원을 브라질국채에 투자했다. 최근 원금 만기 상환을 받았지만 5년 동안 받은 이자를 모두 합산해도 누적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다. 국채 이자수익을 챙기고 비과세 혜택을 받았지만 환에서 손실을 기록했다. 다른 상품 같았으면 마이너스 수익률에 포기를 했겠지만 이 씨는 브라질 헤알화 가치상승을 믿고 다시 투자 전략을 짰다. 이번에는 채권투자보다는 환투자에 초점을 맞췄다.
테메르정부 친성장정책
경기 반등·헤알화 안정세에
금리인하 기조도 매력적
브라질 상품의 특성에 맞게 카멜레온처럼 투자 스타일을 자유롭게 바꾸는 스마트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이상 브라질 국채를 채권으로 보지 않고 환상품으로 보고 손실을 만회하려는 전략이다. 여기에 채권이라는 본래 상품 특성상 만기까지 보유하면 연 10% 가까운 이자를 챙길 수 있고 절세효과까지 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브라질 국채에 대한 쏠림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브라질 국채 10년 만기 금리는 지난해 1월 17.5%까지 치솟았다가 지난 16일 10.34%로 떨어졌다. 금리가 떨어진 만큼 수익률을 얻는 채권 투자의 특성에서 볼 때 1년 동안 7.2%포인트 만큼의 시장 수익을 얻은 셈이다.
지난 2010년 7월 국내에서 가장 먼저 브라질 국채를 판매하기 시작한 미래에셋대우(006800)를 중심으로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005940), 삼성증권(016360) 등 주요 증권사에는 브라질 국채 투자상담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올해 2개월여동안 판매규모가 5,000억원을 넘어서며 지난해 판매액의 절반가량을 이미 달성했다. 미래에셋대우가 1,500억원 가량으로 가장 많았고, 다른 증권사도 500억원 이상을 팔았다.
애초 브라질 국채는 2011년부터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10%가량의 기대수익과 이자소득, 환차익, 매매차익 등이 모두 비과세라는 점에서 2015년까지 7조원 가까이 판매됐다. 문제는 2014년 이후 브라질 경제가 부침을 겪으며 헤알화 가치가 줄곧 떨어졌다. 원·헤알화 수준도 2011년 1헤알에 650원이지만 2015년 9월 284원까지 수직 급락했다. 브라질 국채가 100% 환노출이 된 상품이라는 점에서 헤알화 가치 하락은 곧 마이너스 수익률로 이어졌다. 이 씨가 5년간 이자를 모두 받고서도 누적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브라질 경기가 지난해를 저점으로 반등에 성공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헤알 환율이 360원대에서 안정을 보이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브라질 국채가 미국 달러화 대비 헤알화 환율에 1차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달러당 헤알 가치도 안정세를 찾으며 환위험이 축소됐다.
이승호 하나금융투자 청담센터 상무는 “호세프 대통령 탄핵 이후 새로 들어선 테메르 대통령 정부가 재정개혁과 함께 생산성 향상과 기업환경 개선을 위한 친 성장정책을 펼치며 브라질 경제 회복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며 “아울러 인플레이션 둔화에 따라 브라질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낮출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투자자 다시 ‘사자’
올들어 5,000억 이상 판매
주요 금융사들은 지난해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탄핵 이후 경제정책의 무게가 통화완화에 실리면서 지난해 브라질 경제는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 2014년 브라질 국채 비중을 축소하라고 권했던 NH투자증권도 지난해 하반기 브라질 국채 투자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오펜하이머펀드는 연초 보고서를 통해 브라질 국채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투자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1월 글로벌 채권 전문 운용사 핌코(PIMCO)는 유진투자증권(001200)과 공동으로 경기전망 포럼을 개최해 브라질의 성장률이 안정적인 추세로 나타나고 있고 금리 인하 기조가 시작돼 브라질 국채는 매력적인 투자자산이라고 평가했다.
‘몸값’ 올라 기대수익률↓
환위험에 100% 노출 상품
방향성 예측 어려워 유의를
다만,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변동성을 자랑하는 헤알화 환율 방향성을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점은 투자의 유의점이다. 브라질 국채가 최소 5년 이상의 장기투자 상품이라는 점에서 헤알화 변동성이 장기적으로 노출된다는 점은 부담이다. 과거처럼 다시 환율이 출렁일 경우 손실을 만회하기 쉽지 않다. 또 브라질 국채의 인기가 국내에 한정되지 않아서 이미 국제 금융시장에서 브라질 국채의 몸값이 올랐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10년 만기 브라질 채권의 기대 수익률은 연 10% 가량으로 낮아진 상태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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