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30대 A 과장은 이달부터 지갑과 사원증도 자리에 두고 휴대폰만 든 채 회사건물 내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예전에는 점심을 먹으려면 구내식당 앞에서 종이 식권을 사기 위해 줄부터 서야 했지만 회사가 모바일 식권을 도입하면서 그럴 필요가 전혀 없어졌기 때문이다.
종이 식권이나 식당 장부책 등에 의존했던 직장인 점심 시장에 모바일 식권 서비스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IT 벤처업체들이 주도하던 시장에 삼성웰스토리·아워홈 등 급식업체 대기업까지 뛰어들면서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는 모양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삼성웰스토리는 지난해 8월과 12월 충전식 모바일 앱 ‘웰스토리페이’를 각각 안드로이드·아이폰용으로 출시, 모바일 식권 시장에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진출했다. 자사가 위탁 운영하는 구내식당·급식소에서 직원들이 앱을 통해 사전에 메뉴를 주문하고 결제까지 가능케 한 서비스다. 신용카드·계좌이체 등을 통해 금액을 미리 충전하는 방식으로 직장인 ‘점심판 간편결제’ 서비스라 할 수 있다.
아워홈도 뒤질세라 최근 서울 메리츠타워강남점, 아워홈빌딩점 등 6개 위탁사업장에 스마트폰으로 점심 식대를 결제할 수 있는 ‘아워홈 전자지갑’ 서비스를 도입했다. 아워홈 전자지갑 앱은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회사 측에서 제공하는 식대 충전금, 아워홈 통합 멤버십 ‘A1’ 포인트까지 한데 모은 서비스다. QR코드 인식만으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아워홈은 다음 달 초에 6개 사업장에 서비스를 추가 도입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모바일 식권 시장은 초기에 IT를 기반으로 한 벤처기업들이 주도했다. 지난 2014년 푸드테크 벤처기업 벤디스가 ‘식권대장’ 앱을 출시하면서 시장이 처음 열렸다. 이듬해 외식업 온·오프라인 연계(O2O) 벤처기업 식신이 ‘식신 e식권’을 내놓으면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대기업까지 참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식권 시스템을 도입한 중견·대기업이 아직도 적은 만큼 당분간 성장세가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병익 식신 대표는 “우리나라 100인 이상 기업 종사자 수가 약 500만 명인데 이들의 점심 식대 값만 연간 72조원에 달하고 야근 식대까지 더하면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며 “대기업들이 아직 자체 단체급식장에만 서비스하는 만큼 함께 시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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