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의 소비경제 트렌드는 ‘가성비’라는 말로 요약된다. 가성비란 ‘가격 대비 성능’의 줄임말로 이 용어를 자주 쓴다는 것은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그만큼 늘었음을 뜻한다. 기업들이 너나없이 가성비 경쟁에 나서는 것은 불황이 장기간 이어지며 소비자의 지갑이 쉽사리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가성비를 높이는 방법은 가격을 낮추는 것과 성능·품질을 높이는 것 등 두 가지다. 지난해 커피전문점 업계에서는 가격 절감 중심의 가성비 경쟁을 펼쳤다. 1,000원대로 가격을 낮춘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겼고 용량을 대폭 늘려 단위 가격을 낮추는 업체도 나타났다.
올해도 가성비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같은 방식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품질은 보장하지 않고 가격만 낮춘 커피는 소비자에게 ‘싸구려 커피’로 낙인 찍히기 쉽다. 가성비가 소비 트렌드로 떠오른 것은 가격과 품질 등 두 가지 모두를 충족하기를 원하는 수요 때문이다. 업계는 이제 품질을 높이는 가성비 경쟁에 나서야 한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올해의 소비 트렌드로 ‘B+프리미엄’을 꼽았다. 대중적인 상품(B급)에 프리미엄 요소를 더해 ‘B+’급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분석이다. 즉 차별화된 제품·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소비자의 입맛은 날로 고급화하고 있다. 밥보다 커피를 더 많이 찾는 것이 요즘 한국인이다. 우리나라의 커피 수입량은 매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고 양적 성장은 질적 성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스페셜티 커피가 점점 대중에게 확산되는 흐름을 보였고 콜드브루 커피도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올해는 미국에 정착한 질소 커피가 국내 소비자에게도 폭넓게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이제 소비자는 좀 더 좋은 원두, 좀 더 색다른 커피를 찾는다.
품질을 앞세운 가성비 경쟁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번 높아진 입맛은 끌어내릴 수 없다. 가격 경쟁에만 몰두한 나머지 품질 업그레이드와 신메뉴 개발에 공을 들이지 않는다면 앞서 가는 소비자 입맛을 따라갈 수 없다. 이제 소비자는 단순히 가격이 싼 커피가 아니라 높은 가치를 줄 수 있는 커피를 원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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