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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르펜 리스크'…유럽자금 급속 이탈

12·1월 1조600억 빠져나가…佛대선 불확실성이 증시 발목잡을 우려





도널드 트럼프 리스크에 몸살을 앓은 증시가 이번에는 유럽의 정치 리스크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프랑스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주장하는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때처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에서 올 1월까지 외국인투자가의 자금 흐름을 살펴보면 미국계가 매수세를 확대하는 동안 유럽계는 차익실현을 하며 슬그머니 자금을 빼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럽계 투자자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두 달 동안 국내 증시에서 약 1조639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전체 외국인투자가들이 같은 기간 국내 증시에서 상장주식을 12월(1조7,360억원), 1월(1조7,860억원) 두 달 연속 순매수한 것과 대비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유럽의 금융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투자자들이 주로 국내 증시에서 투자금을 회수했다.





유럽계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은 프랑스 대선 리스크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4월 말 프랑스에서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는데 여론조사에서 선두주자인 르펜 FN 대표는 프렉시트(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 Frexit)와 프랑화 부활 등 유럽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프랑스 대선 불확실성이 앞으로 수시로 변동성을 키울 여지가 있다”며 “(선거가 다가올수록) 유럽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자금 회수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6월23일 영국이 EU 탈퇴 국민투표를 결정한 다음날인 24일 한국 증시에서는 하루 만에 약 800억원의 유럽계 자금이 유출됐다. 국내 증시에 투자한 외국인투자가들 중 프랑스 대선 리스크와 직접 관련된 유럽계 자금의 비중은 높은 편이다. 지난 1월 기준 외국인 전체 국내 증시 보유액 약 502조원 중 유럽계 자금이 28.4%(142조3,000억원)를 차지했다. 이는 미국(41.1%)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프랑스 대선은 과반 득표자가 없을 때 2차 투표가 진행되기 때문에 르펜 대표가 당선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지 여론조사에서는 선두주자인 르펜 대표와 2위 주자인 무소속의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이 결선 투표에서 맞대결을 할 경우 마크롱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20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대선을 목전에 두고 르펜 대표는 지인들을 보좌관으로 허위 고용해 공금을 유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지난해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미국 대선에서도 여론조사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며 “프랑스에서도 예외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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