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의 절치부심(切齒腐心)이 벌써 끝난 것일까. 르노삼성이 ‘SM6’와 ‘QM6’ 등 전 차종의 가격을 최대 75만원 인상했다. 원자재 가격 인상이 이유다. 하지만 성능이나 선택사양의 큰 개선이 없고 소비자에게 관련 내용을 명확히 알리지 않아 ‘꼼수 인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올해 SM6, QM3, QM6 등 6개 전 차종의 가격을 최대 75만원 올렸다. 차종별로는 전체 판매의 절반을 차지하는 SM6가 가장 비싸졌다. SM6 2.0 GDe는 최대 65만원, 1.5 dCi는 최대 60만원, 1.6 TCe는 최대 55만원, 2.0 LPe(장애인용)는 최대 75만원 올랐다. QM6는 35만원, QM3 대부분은 25만원 뛰었다. 르노삼성은 “포스코 강판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며 “가격을 조정하는 대신 기본사양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옵션이 과거보다 더 나빠졌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실제로 SM6 1.6 Tce RE는 지난해 ‘프리미엄 중형세단’을 추구하며 긴급제동시스템 등 최첨단 옵션이 기본으로 제공됐다. 하지만 올해는 별도로 145만원의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를 추가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이 가격 인상과 함께 강화했다는 전자식 룸미러 등은 경쟁사에서 이미 기본으로 제공하는 사양”이라고 말했다. 특히 르노삼성은 가격 인상에 대해 별도 공지하지 않고 홈페이지 가격표만 변경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가격 인상에 대해 최근 급격히 좋아진 판매 분위기에 따른 박동훈 사장의 지나친 자신감을 이유로 봤다. 2월 르노삼성의 국내 판매는 8,008대로 1년 전(4,263대)보다 약 2배 늘었다. 지난해 국내 판매는 11만1,101대로 목표치(10만대)를 초과 달성하고 전년 대비 38% 늘었다. 수출(14만6,244대)도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지난해 영업익은 역대 최고인 4,000억원을 넘었다.
업계에서는 르노삼성이 탄탄한 수출 물량에 취해 초심을 잃은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마땅한 신차가 없는 점도 가격 인상의 이유로 보인다. 르노삼성은 올 상반기 ‘클리오’를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안 팔리는 ‘소형차’에 ‘해치백’ 모델이다. 기존 차 값을 올려 영업이익을 개선하려는 이유다. 박 사장은 SM6 출시 당시 “권토중래를 위해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만든 차”라며 “경쟁사와 차별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거 국내 업체들이 자주 쓰던 가격 인상술이 성공할지는 의문이다. 최근 현대차나 한국GM 등은 신차를 내놓으면서 가격을 동결하거나 오히려 내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이 SM5로 돌풍을 일으킨 후 왜 어려움을 겪었는지를 되새겨봐야 한다”며 “섣부른 자신감이 고객의 외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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