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042660)의 회사채 채무 재조정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대 5조원의 대규모 지원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총 1조3,500억원인 회사채의 만기연장과 출자전환, 이자율 감면 등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약 4,000억원의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우정사업본부·증권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손실을 감수하고 정부 의견을 따를지 주목된다.
16일 금융투자 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당국은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4,4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포함해 오는 2019년 4월까지 총 1조3,500억원의 대우조선해양 회사채와 관련한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만기연장과 출자전환, 이자율 감면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가 투자한 물량이 전체의 절반인 7,000억원대를 넘어선다.
사채권자 집회에서 회사채 발행 조건을 바꾸려면 참석자가 보유한 금액의 3분의2 이상, 총 채권액의 3분의1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당국은 소액으로 갈라진 개인투자자에 비해 거액을 투자한 기관투자가가 많은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채무 재조정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의 입장은 정반대다. 가뜩이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삼성 특혜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특정 대기업을 살리기 위해 국민의 노후자금에 손해를 끼쳤다는 부담을 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측은 자체 내부회의를 여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해 489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실제로 기관투자가가 포함된 채무 재조정이 부결된 사례가 있다. 지난해 현대상선 회사채 만기를 3개월 연장하기 위한 사채권자 집회에서는 우정사업본부 등 기관투자가가 포함돼 있었지만 한 차례 부결됐다. 한진해운은 회사채 만기연장과 출자전환은 물론 이자율을 낮추는 방안까지 포함돼 있었으나 채권단이 추가 지원을 하지 않으면서 사채권자 집회도 무산됐다.
개인투자자가 단기간 고수익을 노리고 투자한 물량은 이미 손해를 보고 있다. 다음달 21일 만기가 돌아오는 ‘대우조선해양 주식회사 제6-1 무보증사채’는 1월 8,000원에 거래되다 이달 초 1만원까지 치솟았고 지난 15일 전일 대비 17.85% 폭락한 7,639원으로 마감했다.
앞으로 총 다섯 차례 발행될 회사채 물량에 대한 채무 재조정 과정에서 한 회차라도 최종 부결되면 그 즉시 대우조선해양은 모든 회차의 투자자에게 원래대로 채무를 상환해야 하고 이는 더 큰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한진해운 역시 유동성 위기에도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믿고 개인투자자가 몰렸지만 최종 파산하면서 휴지 조각이 됐다. 금융기관 관계자는 “기관투자가가 손절매한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폭탄을 개인투자자가 떠안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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