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회계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대우조선해양에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회계사들이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는 “(회계법인에) 기업 회계에 대한 감시 부실 책임을 묻는 것은 동의하지만, 기업은 혈세를 투입해서라도 살리고 회계법인은 사실상 폐업에 준하는 중징계를 내리는 게 말이 되냐”고 강하게 성토했다. 딜로이트안진에 대한 업무정지 조치가 4월 초에 시작될 가능성이 높은데, 기업들이 3월 주총 이후 4월까지 감사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회계법인에 대한 영업정지는 사실상 폐업 조치나 다름 없다는 논리다. 금융당국이 이를 고려해 ‘상장사에 한해서만 신규 감사 계약을 금지한다’는 식의 조건을 내걸며 딜로이트안진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영업정지는 회계법인에게는 치명적인 상처다.
금융당국에 대한 불신을 숨기지도 않는다. 회계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국이 (분식회계와 관련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징계로 유가증권발행 제한을 검토했지만 결국 과징금 45억원으로 낮췄다는 소문이 업계에서 돌고 있다”며 “기업은 어떻게든 편의를 봐주겠다는 것인지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정부의 추가 자금 지원 발표가 있기 전에도 회계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 감사를 맡았던 전·현직 회계사에 대한 재판 결과를 먼저 받아보자’는 의견이 거셌다. 지난해 12월 감사를 맡았던 안진의 전직 회계사가 구속 기소, 현직 회계사 3명이 불구속 기소됐고 딜로이트안진 법인도 직원 관리·감독 소홀 혐의로 기소됐는데, 1심 재판 결과는 5월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송재현 중소회계법인협의회 회장은 “기업은 살리고 회계법인은 중징계를 내리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행정이며, 업계에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이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중소회계법인협의회 이름으로 최근 금융당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위 관계자는 “분식회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과 산업적 이유로 대우조선해양에 추가 지원을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딜로이트안진이 기소된 회계사들의 부정을 방조하고 나아가 조직적으로 협조했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감사인과 기업 간 뿌리 깊은 ‘갑을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실제 금융위가 지난 1월 발표한 ‘회계 투명성 및 신뢰성 제고를 위한 종합대책’에는 정부가 추린 감사인 중 기업이 지정하는 선택지정제 확대가 포함돼 있는데, 이 제도의 궁극적인 목적도 기업에 대해 회계법인이 을일 수밖에 없는 문제를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편 금융위는 오는 22일 정례 금융위원회를 열고 딜로이트안진에 대한 징계를 최종 확정, 발표할 전망이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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