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국내 주식형펀드의 환매 규모는 4조2,695억원에 달했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6.82% 오르고 한때 2,200선에 근접하면서 국내 주식형펀드의 3개월 수익률도 5.81%까지 올랐지만 투자자들이 상승세를 틈타 일제히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꾸준히 양호한 수익률을 내온 간판급 펀드들도 예외는 아니다.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고배당’ 시리즈는 올 들어 4,363억원 규모의 자금 이탈을 겪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 펀드, KB자산운용의 ‘KB밸류포커스’ 펀드에서도 같은 기간 동안 각각 1,758억원, 1,372억원이 빠져나갔다. 주요 상장지수펀드(ETF)들도 환매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KODEX200’에서는 연초 이후 8,944억원, ‘KBSTAR200’에서는 2,354억원이 유출됐다.
이는 자산운용사의 수익 감소로 직결된다. 김도훈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마케팅 이사는 “일반적으로 펀드 환매가 늘어나면 보수 수입의 기반이 되는 수탁액이 줄어든다”며 “특히 국내 주식형펀드는 보수율이 높은 편이라 환매의 타격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국내 165개 자산운용사의 지난해 전체 순이익은 6,674억원으로 전년 대비 34.7% 성장했지만 흑자 운용사 비율은 65.5%로 전년(78.5%)보다 비율이 낮아진 바 있다. 전체 펀드 수탁액 중 공모펀드는 220조원으로 전년보다 1조원 줄어들기도 했다.
최근 1년 동안 국내 주식형펀드의 자금 유출 규모는 13조원이 넘는다. 최근 코스피가 박스권 돌파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금 이탈이 계속될 경우 결과적으로 증시 상승세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펀드 환매가 이어지면 펀드매니저들도 보유한 종목을 내다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운용업계에서는 최근 기업 실적 개선, 경제지표 개선 등을 근거로 박스권 돌파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보고 있는 만큼 환매 행진을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다. 김현빈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전략팀장은 “증시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할 수도 있다”며 “너무 이른 시점에 환매를 해버리면 정작 증시가 상승한 후에 차익실현할 물량이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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