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전문가들은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중국 상표 브로커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국 상표법 체계와 시장을 정확히 숙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상대를 정확히 알아야 효과적인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6일 특허청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은 특허등록 거절사유가 있을때 처리방식이 확연히 다르다. 한국은 해명 기회를 얻은뒤 심사관을 설득하면 상표 등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런 과정이 없고, 15일내에 정식 심사를 청구해야 한다.
특허청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특허청이 심사를 통해 해당 상표 출원이 상표법에서 규정하는 부등록사유에 속한다고 판단되면 ‘의견제출통지서’를 발급한다”며 “이때 대리인 또는 본인이 ‘의견제출통지서’에서 지적된 거절이유에 반박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해 심사관을 설득하면 공고결정이 내려지고, 심사관을 설득할 수 없다면 그때서야 비로소 거절결정이 내려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에서는 이같은 의견제출 기회 없이 바로 거절 결정이 내려진다. 이를 뒤집으려면 15일 내에 중국 상표국 평심위원회에 복심을 제기해야 한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으로부터 거절 결정을 받았을 경우 반드시 15일 내에 불복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 상표법에는 외국에서만 유명하고 국내에서는 유명하지 않은 상표에 대해서도 포괄적으로 보호해 주는 규정이 있다. 이와는 달리 중국은 외국에서만 유명한 상표, 즉 한국에서는 유명하나 중국에서는 인지도가 없는 상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보호해 주는 규정이 없다. 이런 점을 이용해 중국 상표브로커들이 무더기로 한국 브랜드를 미리 선등록해온 것이다.
법 체계 뿐만 아니라 상표권 관련 지하 시장이 어떻게 확장되고 있는지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최근에는 중국 인터넷에 상표 매매 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중국상표브로커들이 원래 권리자가 아닌 일반 사람들에게 상표권을 팔기 위해 매매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는 것.
실제로 국내의 유명 제약 업체의 대표 브랜드 C, 유명 김치 브랜드 J, 교육 업체 브랜드 D 등 100여건이 넘는 한국 유명 브랜드가 중국 인터넷 상표 매매 사이트에서 거래되고 있다. 기업들이 자신들의 브랜드가 거래 대상이 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다면 매매 사이트 웹페이지에 접속해 검색란에 상표명, 등록번호 등을 입력하면 바로 알 수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예전에는 중국 상표브로커들이 주로 원래 권리자만을 대상으로 상표권 양도 협상을 해 왔는데 이제는 인터넷상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상표 매매까지 시도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은 대표적인 중국 상표 매매사이트에 접속해 자신들의 상표가 상표브로커 등에게 무단 선점돼 거래 대상이 되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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