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 원단을 제조하는 섬유업체 벤텍스는 특허 비용 때문에 허리가 휠 지경이다. 지난해 국내외에서 특허를 출원하고 유지하기 위해 쓴 비용만 3억원이다. 매출의 1% 수준에 달한다. 특허 관리에 따른 재정적 부담이 만만치 않아 몇몇 특허에 대해서는 권리를 포기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특허기술 개발에 매진해 왔던 국내 중소업체들이 비용 부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지식재산권(IP)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비용 문제 때문에 신규 특허 개발이나 기존 특허 권리 유지에 애를 먹고 있는 것. 이에따라 우리나라가 IP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특허 관련 비용에 세액공제 혜택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특허청에 따르면 특허 등록 후 7~9년차까지 유지하는 비율은 대기업의 경우 15.3%지만 중소기업은 14.6%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12년차까지 유지하는 비율은 중소기업의 경우 11.5%로 대기업(21.8%)에 한참 못 미친다.
중소기업의 특허 유지 비율이 낮은 것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이 특허 출원이나 유지하는 데 지출한 비용은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조세특례제한법상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대상에 특허출원·등록·유지 비용이나 특허시장 정보조사비 항목 등은 빠져 있다. 고경찬 벤텍스 대표는 “남들이 개발하지 않은 기술을 찾아내려면 특허시장 정보 분석도 필요한 데 여기에 드는 비용도 중소기업에는 상당한 부담”이라며 “특허 관련 비용에 대해서는 세액공제를 통해 정부가 사후적으로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해외는 이미 기업의 특허 관련 비용에 세금혜택을 주고 있다. 프랑스는 특허 출원·등록 비용은 물론 특허 관련 보험료 등 특허 관련 지출되는 금액 전반에 대해 세액공제를 허용하고 있다. 특허권 침해 관련 소송을 벌일 경우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에 지불해야 하는 자문비용과 특허를 보호하기 위해 지출한 직원의 인건비에 대해서도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미국과 포르투갈도 특허 취득 비용은 물론 특허의 등록과 유지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서 세액공제를 해준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R&D 비용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투입’ 중심의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특허로 이어진 기술에 대해서도 혜택을 주는 ‘결과’ 중심의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특허 비용에 세제혜택을 준다면 우수 기술이 등록료 미납으로 권리가 소멸되는 사례도 줄어들 것이고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특허를 무기로 더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제조뿌리산업부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다른 나라들은 정부가 나서서 특허 비용을 지원해 주고 있는데 국내는 아직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국내 중소기업이 혁신을 도모할 수 있도록 특허 관련 비용 부담을 완화시켜주는 방안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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