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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채무조정 청신호] 연금 1,000억원 담보에 대승적 결단...오늘 사채권자 집회서 최종 마무리

한번만 부결돼도 P플랜

"자율적 구조조정이 최선"

금융위도 압박 나서





이동걸(왼쪽) 산업은행 회장과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대우조선해양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위해 입장하기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호재기자.


대우조선해양의 부활을 결정하는 사채권자 집회가 코앞으로 다가온 16일까지 1조5,500억원을 쥔 투자자 중 대부분은 국민연금만 쳐다볼 뿐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극히 일부의 개인투자자만이 결정권을 대우조선해양에 넘겼고 기관투자가 중에는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증권금융만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들의 투자금은 600억원으로 전체 금액의 4%에 불과해 사채권자 집회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 측은 첫 집회가 열리는 17일 오전10시까지 2,000명이 넘는 회사채 투자자와 기업어음(CP) 투자자 설득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정부·산은 “P플랜 98% 준비” 국민연금 압박=처음 채무 재조정을 실시할 때만 해도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 등 채권자 측은 성공을 기대했다. 전체 투자자의 90%가량이 기관투자가여서 개인투자자가 많았던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보다 설득이 쉬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측은 완전히 어긋났다. 국민연금은 정부와 산은이 주도한 대우조선해양의 실사보고서 자체를 믿지 못했다. 나머지 기관투자가도 산은이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준다며 채무 재조정이 사실상 법정관리인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보다 낫다는 금융위와 산은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았다.

결국 국민연금이 투자자 대표로 나서 어떤 경우에도 상환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고 주말 내내 산은과 국민연금은 타결과 결렬 사이를 오가는 줄다리기를 했다. 결국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이 최악의 경우에 처하더라도 최소 1,000억원을 갚겠다며 담보를 제시하면서 물꼬를 열었다.



산은은 이와 별개로 투자자에 제3의 계좌를 만들어 배를 짓고 난 후 건조대금을 받는 대로 회사채 상환용으로 모아놓고 산은과 수출입은행의 신규 자금 2조9,000억원의 만기를 연장해 일부를 회사채 상환에 쓰겠다고 최종 제안했다. 이에 따라 산은은 오는 2020년 3월부터 대우조선해양의 건조대금 중 회사채 상환금부터 별도 계좌에 넣어뒀다가 결제한다. 또한 2021년이었던 2조9,000억원의 신규 자금 대출 만기를 회사채 상환 만기인 2022년까지 늘리고 건조대금만으로 회사채를 갚지 못할 때 지원하기로 했다.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산은과 정부는 국민연금의 빠른 결단을 촉구하며 설득을 이어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민연금의 투자위원회 직전인 오후2시30분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자율적 구조조정이 손실을 최소화하고 대우조선해양을 살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적어도 오늘 중으로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과 최종구 수출입은행장도 이날 오후1시 긴급 기자회견에서 “실무적인 부분에서 표현과 개념 문제에 합의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지만 이 시간을 기점으로 공감대가 존중되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P플랜에 대해서도 “98% 준비됐다(정용석 산은 부행장)”면서 국민연금을 압박했다.

◇첫 회의 부결 시 사실상 법정관리=회사채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채권자 집회는 서울 다동에 있는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에서 17일 오전10시와 오후2시, 오후5시 등 총 세 차례, 18일 오전10시와 오후2시 등 두 차례가 열릴 예정이다.

집회에서는 참석자 채권액의 3분의2 이상 채권자 동의를 얻어야만 채무조정안이 통과된다. 총 다섯 차례의 집회 모두 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단 한 번이라도 부결되면 모든 회차의 사채권자 집회는 효력을 잃고 당장 21일부터 돌아오는 4,400억원의 회사채를 연체하면서 P플랜에 들어간다.

이날 오전10시 첫 집회에서 국민연금이 전날 내린 결론대로 찬성하면 이후 집회는 순조롭게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이 집회는 만기 7월인 3,000억원 회사채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며 사학연금(500억원)과 국민연금(400억원), 우정사업본부(400억원)가 주요 투자자다. 사학연금과 우정사업본부도 국민연금의 결정을 따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체 4,400억원 가운데 개인투자자(1,000억원)의 비중이 큰 오후5시 집회는 결론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임세원·김흥록·구경우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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