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채권 투자가 불안하다. 시장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채권 가격을 결정하는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연이어 제기된 탓이다. 미국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고된 만큼 국내 금리도 상승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반기 금리 상승론’을 주장하는 증권사가 늘고 있다. 이날 미래에셋대우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리가 바닥에 진입했다”며 “국내 채권도 상승 국면에 접어들어 2·4분기는 투자자들의 보릿고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형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국내 금리가 (현재는) 연중 저점 부근을 맴돌고 있지만 글로벌 금리가 바닥까지 떨어지면서 국내 금리도 추가 하락이 쉽지 않다”며 “2·4분기부터는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국내 채권금리는 도널드 트럼프의 저금리 선호 발언 등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 요인으로 하락했지만 미국이 올해 3회의 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현재의 하락세가 유지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 13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가 동결(1.25%)되면서 금리 인상 압력은 더욱 커졌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1.5%에서 1.25%로 내린 후 9회 연속 금리 동결을 이어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성장과 물가 경로를 고려했을 때 금리 인하 필요성이 이전보다 줄었다”며 추가적인 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은 “하반기를 기점으로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 국면이 가시화할 것”이라며 “채권 투자자들은 하반기 채권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창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책금리 인상으로 한국 기준금리를 역전하면 국내 통화정책회의에서도 금리 인상 소수의견 출현이 불가피하다”며 “경제 여건이 상충해 올해까지는 국내 금리동결 기조가 이어지겠지만 2·4분기를 기점으로 금리 인상 논란이 부각되면 내년 중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의 하락을 의미한다. 채권 가격이 내려가면 주식 투자와 마찬가지로 채권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투자한 만큼의 수익을 얻을 수 없다. 신규 채권 투자자들 역시 향후 채권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될 경우 시장에 진입할 유인이 줄어들어 투자심리가 얼어붙는다. 최근 금리가 바닥까지 떨어지고 하반기부터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전문가들은 올해 채권투자로 큰 차익을 실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규로 진입할 채권 투자자들에게 국채보다는 신흥국 채권이나 회사채 등을 권하는 추세다. 김민형 연구원은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고금리 회사채 투자나 금리 인하가 명확한 러시아, 브라질 등에 눈을 돌리길 권한다”며 “글로벌 금리 대비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채권 투자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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