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에 비해 여전히 애프터서비스(AS)가 부족하지만 과거보다는 상황이 많이 개선됐다. 수입차 판매가 늘고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업체마다 서비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센터를 확대하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정비 인력을 직접 양성하기도 한다. 애프터서비스뿐 아니라 차량 판매 단계부터 고객 만족을 중시하는 모습이다. 소비자들로부터 원성을 들었던 부품 값을 내리는 업체가 늘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이 이처럼 서비스 강화에 올인하는 것은 판매 확대에 따른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수입차 시장은 지난 2011년 10만5,037대에서 지난해 22만5,279대로 5년 만에 2배 이상 확대됐다. 국내 시장에서 팔리는 차량 100대 중 15대가량은 수입차다. 등록 차량이 많아질수록 정비 수요가 늘기 마련이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 1위에 오른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서비스센터가 전시장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12년 28곳이던 서비스센터가 올 3월 현재 51곳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전시장은 27곳에서 45곳으로 증가했다. 벤츠코리아는 올해 말까지 서비스센터를 55곳까지 늘릴 예정이다.
수입차 업체 중 가장 많은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BMW코리아도 BMW와 미니를 합친 전시장(67곳)보다 서비스센터(77곳)가 10곳 더 많다. 워크베이(작업대)가 1,100개나 되고 서비스 인력은 2,200명에 달한다. 수입차 업체 중 가장 많은 52명의 국가 기능장을 보유할 정도로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BMW코리아는 연내 서비스센터를 6곳 추가할 계획이다.
서비스 네트워크 확장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는 볼보의 행보에서 잘 읽을 수 있다. 볼보는 올 1·4분기에만 서울 송파, 충남 천안, 부산 광안리, 경기 안양 등 4곳에 서비스센터를 열었다. 연말까지 울산과 경기 판교 등을 포함해 4곳을 추가할 예정이다. 볼보가 이처럼 서비스센터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판매가 잘되기 때문이다. 볼보는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이 7%가량 마이너스 성장하는 가운데에도 5,206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22.8% 급성장했다. 차를 많이 판 만큼 서비스를 강화할 수밖에 없고 이 같은 서비스 강화가 판매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하고 있다.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올해는 네트워크 강화에 집중해 고객과 만나는 접점을 확충하는 데 힘을 쏟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공격적인 네트워크 확장과 고객 만족도 제고를 통해 연 1만대 판매 달성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들은 네트워크 확장뿐 아니라 차별화된 서비스를 도입하고 정비 인력 육성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꾀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15년 3월부터 고객 맞춤 서비스인 ‘마이 서비스’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픽업&딜리버리 옵션을 선택하면 서비스센터 직원이 트럭을 몰고 와 고객 차량을 싣고 가서 수리해주기 때문에 집이나 직장에서 편안하게 서비스와 점검을 받을 수 있다. 전국 20개 서비스센터에서 운영 중이며 연내 29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우디는 차량이 갑작스럽게 고장이 날 경우 고객이 최종 목적지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대체 교통비를 지원하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A8 고객을 대상으로 처음 시작한 이 서비스는 2014년 전 차종으로 확대됐고 보증 수리 기간 내의 모든 아우디 차량 고객들은 해당 상황 발생 시 10만원 한도의 콜택시 요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BMW 역시 언제 발생할지 모를 고객의 사고와 긴급상황에 대비해 24시간 긴급 출동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출동한 BMW 전문 테크니션은 타이어 교환, 배터리 충전 등 고객이 다시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도록 모든 현장 지원을 한다. 만약 긴급 출동 후 즉각적인 현장 지원이 어려울 경우에는 택시나 기차, 항공 등 대체 이동 수단을 제공하거나 호텔 등의 숙박을 제공한다.
볼보가 지난해 2월 아시아 최초로 도입한 ‘볼보개인전담서비스(VPS)’에서도 업체들의 서비스 차별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스웨덴 본사에서 교육을 받은 테크니션과 고객을 일대일로 매칭시켜 차량 접수에서부터 진단 및 점검, 상담 등 모든 과정을 전담 처리해준다. AS 단계마다 담당자가 바뀌지 않아 번거롭지 않고 신속한 처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개인전담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센터를 현재 인천 1곳에서 연내 5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서비스 인력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추세다. 한국토요타는 2013년부터 ‘도요타 고객서비스 기술경진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전국 도요타 8개 딜러사에서 근무하는 테크니션들을 대상으로 어드바이저부터 판금·도장·일반정비·부품 등 5개 분야에서 실력을 겨룬다. 특히 실제 고객 대응 상황을 가정하고 치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트레이닝 아카데미에서 대학 자동차 관련 학과 졸업생과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차량 정비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인 AMT(Automotive Mechatronic Traineeship)을 운영하는 등 서비스 인력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아우디코리아도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트레이닝센터에서 아우디 월드와이드 스탠더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통해 서비스 어드바이저와 테크니션 전문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BMW코리아는 2004년부터 매년 자동차 관련 대학과 고등학교의 학생들을 모집해 어프렌티스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자동차 학과가 있는 19개 대학 및 8개 고등학교와 어프렌티스 프로그램을 협력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 선발된 156명을 포함해 올해 2월까지 854명의 교육생이 어프렌티스 프로그램을 통해 채용됐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업체들이 서비스 분야에 투자를 강화하는 것은 판매가 늘면서 네트워크 확충에 필요한 재원이 확보되는 등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라며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판매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면 차별화된 서비스가 가장 중요한 판매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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