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그동안 자제해온 ‘본심’을 작심 토로했다. 20일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2회 금융전략포럼 특별연설을 통해서다.
임 위원장은 “(임기가) 얼마 안 남은 금융위원장이 이 자리에 서게 돼 죄송하다”면서도 그동안 금융위원장으로서 추진해온 금융개혁의 성과와 과제를 30분간 격정 토로했다.
임 위원장은 “우리나라 금융에는 왜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금융회사가 없을까”라는 다소 묵직한 화두를 던지며 말문을 열었다. 임 위원장은 “제가 금융위원장에 부임하게 된 배경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도 금융개혁을 이루고자 하는 목표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금융이 왜 우간다보다 못하냐는 평가를 받는 것을 보면서 평생 금융인으로 산 저로서는 자존심 상하고 가슴 아픈 일”이라며 “이제는 금융당국도, 금융회사도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위원장은 “당국은 과도한 규제, 불필요한 간섭을 해왔으며 금융회사는 그저 현실에 안주해 무사안일과 보신주의로 일관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국민들은 금융회사는 유틸리티(사회기반 서비스)라는 인식으로 공짜라는 생각이 강했고 산업계는 돈만 대주면 된다는 식이었다”며 “이 같은 각계의 인식과 행태가 우리나라 금융경쟁력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다행히 그는 자신이 도입을 추진해온 인터넷전문은행이 문을 연 후 ‘금융회사의 혁신이 시작’된 데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금융회사의 혁신은 시작됐고, 금융당국은 규제가 아니라 심판이라는 것을 자각했고, 금융소비자도 (인터넷은행의)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금융이 이런 것이구나’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이런 일들이 계속되면 (한국의 금융경쟁력이 전 세계) 10위권 이상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규제를 보는 눈이 달라져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규제개혁의 수요자이면서 반대자가 금융인·금융회사”라며 “금융개혁이 어려운 것은 업권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 때문인데 이제는 누리던 기득권을 금융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또 크라우드펀딩 법안을 만드는 데 3년이 걸렸다는 사실을 지적한 뒤 “금융개혁 입법 요구가 많은데 개개인의 생각과 정치권 정당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국회 통과가) 지연된다”며 “선진국과 그렇지 않은 국가를 가르는 것은 누가 그 해법을 먼저 이행하는 시스템을 갖추느냐에 달렸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제가 못다 한 일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금융개혁 과제는 업계에서 충분하게 건의해주시고, 이런 것들이 바로바로 개선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임 위원장은 “100% 성과주의가 도입된 인터넷은행을 보면 이제는 잘하는 사람이 합당한 대우를 받는 문화가 도입돼야 한다”며 금융권의 성과주의 도입 문화가 절실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가 채무 재조정을 통한 회생을 결정한 것과 관련해 “앞으로는 국책은행이 구조조정의 주체가 아니라 시장을 조성하는 주체가 되고 대신 구조조정은 미국처럼 사모펀드(PEF)가 중심이 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곤 보스턴컨설팅그룹 파트너는 이날 ‘디지털이 낳은 신인류, 밀레니얼 세대와 금융’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김 파트너는 “수년 후면 우리 사회의 최대 경제활동인구로 떠오를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금융권의 이해가 상당히 부족하다”며 “앞으로 금융회사들이 이들의 가치관과 행동양식을 고려해 고객 전략과 디지털 전략을 연계 수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행사에는 임 위원장, 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비롯한 금융당국 관계자와 금융지주 회장, 공공금융기관장, 시중 은행 핀테크팀 소속 실무자와 대학교수, 대학생 등 500명이 참석했다.
/김흥록·조권형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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