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30억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고가 주택이 부쩍 늘고 있다.
자산가들 사이에 ‘주거 만큼은 정말 좋은 곳에서 하고 싶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이에 맞춰 고가 주택 공급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과거에는 사업가나 연예인 등 극히 일부 계층만이 고가 주택을 매수할 여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고소득 전문직 등 보다 다양한 계층에서 부를 축적하며 수요층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현상은 주택 거래량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1일 국토교통부 온나라부동산정보3.0 통합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30억원 이상 고가 주택의 거래 건수는 총 229건이었다. 지난 2013년 30건에 불과했던 거래량이 3년 만에 7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특히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은 작년 30억원 이상 거래량의 절반 이상인 116건을 차지했다. 한남더힐 전용면적 244㎡는 작년 가장 비싼 82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3.3㎡당 가격이 무려 1억원을 넘는다. ‘최다’ 거래 및 ‘최고가’ 거래라는 2관왕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한남더힐의 경우 지난 2009년 분양 당시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임대아파트로 공급했다가 지난해 임대 의무기간(5년)이 지난 물량들을 분양 전환한 것이 매매로 집계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남더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고가 주택은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 집중됐다. 타워팰리스나 압구정 현대아파트, 한양아파트 등 전통적인 고가 아파트들도 있었지만, ‘논현라폴리움’, ‘힐데스하임빌라’, ‘라테라스’, ‘마크힐스’ 등 생소한 이름의 고급 주택들도 꾸준히 30억원 이상에 거래되는 모습이었다.
서초구 반포동의 부를 상징하는 랜드마크 단지 ‘래미안퍼스티지’의 인기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3년에는 30억원 이상 거래 실적이 한 건도 없었지만 2014년에는 4건, 2015년 13건, 2016년 20건으로 부쩍 늘었다.
반면 한때 프리미엄 주택으로 매수세가 몰렸던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나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의 경우 다소 인기가 시들해진 모습이다. 갤러리아포레는 2014년 30억원 이상 거래가 33건이나 됐지만 2015년 27건, 2016년 13건으로 감소했다. 삼성동 아이파크도 2015년 23건에서 2016년 12건으로 거의 반토막 났다.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30억원 이상 고가 주택 거래가 자취를 감춘 것도 눈에 띈다. 과거에는 부산 해운대의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분당파크뷰’(정자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백현동) 등이 30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됐지만 지난해부터는 매매가 끊겼다.
한남더힐의 시행사 한스자람의 김정환 대표는 “집은 다른 사람들 눈치 보지 않고 정말 좋은 곳에서 살고 싶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또 그 정도의 자본을 축적한 사람들도 많이 늘면서 고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위원은 “전반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고가 아파트들이 등장한 측면이 일부 있고 베이비부머 세대가 자산 축적을 많이 하면서 고가 주택이 대중화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올해 서울에서는 고가 주택의 신규 공급이 이어질 전망이다. 다음달 대림산업은 성동구 성수동 뚝섬 부지에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의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한다. 분양가는 미정이지만 앞서 인근에서 분양한 주상복합아파트 갤러리아 포레나 5월 입주하는 성수동 트리마제 주상복합아파트 등의 시세를 고려할 때 3.3㎡당 5,000만원선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강남구 청담동 엘루이 호텔 부지에 들어서는 최고급 주거시설 ‘더 펜트하우스 청담’의 가격은 최고가 펜트하우스 기준으로 분양가격이 180억원 수준이라고 한다. ‘더 펜트하우스 청담’은 톱스타 부부인 장동건·고소영씨가 이미 계약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청담동에서는 내년 11월 준공 예정인 효성빌라 재건축(효성빌라 청담 101)도 한창이다. 6~7층 펜트하우스는 가격이 100억원대에 이른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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