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파생시장의 강자인 이들 글로벌 투자업체 한국지점에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 지점 딜링룸을 이끄는 주요 임원진에 모두 산업은행 출신이 포진해 있다는 점이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산은 딜링룸 인재를 상대로 외국계 금융업계들이 알음알음 보낸 러브콜이 쌓이면서 산은이 외국계 투자업체들의 외환 분야 인재 사관학교로 떠올랐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과 투자증권 업체 등의 외환파생 거래 업무 담당자 중 산업은행 딜링룸 출신은 30여명에 이른다. 딜링룸은 외환거래와 유가·금리 등을 기본으로 한 파생상품 등을 거래하는 조직이다. 현재 산은 딜링룸은 금융공학실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며 46명이 속해 있다.
대표적인 산은 출신 외환업무 리더는 이성희 JP모건체이스은행 서울지점장. JP모건은 외환파생 딜링 분야 세계 1위 금융사로 이 지점장은 한국 JP모건을 이끄는 인물이다. 1989년 산업은행에 입사해 1996년까지 딜러로 근무한 후 체이스맨해튼은행을 거쳐 JP모건에서 근무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딜링룸에도 산은 출신 임원 둘이 있다. 임현욱 BoA부문장과 류경원 이사다. 이들은 각각 2003년과 2008년까지 산은 딜링룸에서 3~4년간 외환거래 경험을 쌓은 후 자리를 옮겼다. 김근철 SC제일은행 상무 역시 산은에서 12년 이상 딜러로 활약했으며 조준희 BNP파리바 부문장도 2010년까지 산은 딜링룸에 몸담았다. 이문희 맥쿼리증권 상무와 김남규 소시에테제네랄 상무 역시 산은 출신이다.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산은 출신 딜러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원화 운용 경험이 풍부해서다. 해외에서 일감을 따온 기업들이 원·달러 환율 변동을 최소화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관리해야 하는데 산은이 외환 딜링을 해주는 것이다. 이 밖에 주가지수 선물·옵션 상품을 가장 먼저 다룬 곳도 산은이다 보니 러브콜이 쇄도할 수밖에 없다. 특히 산은은 1999년 이후 원화 이자율 스와프나 원·달러 통화옵션, 원화 금리 옵션 등을 직접 개발하거나 가장 앞서 취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험과 능력 등을 놓고 봐도 외부에서 원화 거래 관련 전문가를 영입할 때 산은 딜링룸 출신이 1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산은 딜링룸 내부에서는 굉장한 자부심도 있다고 한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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