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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받는 한국] 日 '독도' 부각시키며 뒤론 무역보복 준비...새정부서 외교공세 예고

한일어업협정 연기 이어 철강 반덤핑 조사도 착수

7월엔 후쿠시마수산물 수입금지 WTO 판결 예정

日, 무역 카드로 위안부합의 이행 등 요구 가능성

마땅한 카드 없는 韓, 외교·통상전략 정비 나서야





일본이 유례없이 한국 철강에 대한 칼을 빼 들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한국을 무역 부문에서 연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도 동참하는 모습이다. 일본은 독도 영토분쟁과 위안부 합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우리나라를 경제 부문에서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소리소문없이 쌓고 있다. 올해 초 통화스와프 연장을 거부한 데 이어 한일어업협정도 최장기간 끌고 있다.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의 결정도 임박해 있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카드는 마땅치 않다. 국내 정책연구기관의 한 통상 전문가는 “일본은 조용하면서도 꼼꼼하게 실리를 챙기는 외교를 한다”며 “새 정부가 외교·통상 전략을 미리 정비하지 않으면 무차별 공세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5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달 31일 자국 기업들의 제소를 받아 한국산 철강제 관연결구류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조사 대상 품목은 공장이나 플랜트 등 배관이 있는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는 철강제품이다. 일본이 한국산 철강에 대해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일본이 우리 제품에 대해 반덤핑 판정을 내린 것은 지난 2015년 수산화칼륨(49.5%) 단 한 건에 불과하다. 미국(24건)과 인도(32건), 중국(14건)에 비하면 일본이 우리 제품에 대해 사실상 수입규제를 하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반덤핑 조사라는 칼을 꺼내 든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일본 산업에 실질적 피해 여부가 확인되면 반덤핑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조사는 보통 1년 안에 끝난다. 결과에 따라 우리 철강제품은 60~8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받을 수 있다. 정부와 업계는 미국이 철강에 대한 무역장벽을 높이고 보복관세를 부과한 데 이은 조치여서 한국 철강업계도 긴장하면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일본은 한일어업협정도 전략적으로 방치하고 있다. 1999년 발효된 한일어업협정은 매년 어기(7월~다음해 6월)까지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한일 양국 어선들이 어획량과 조업 조건 등을 확정하는 협상이다. 한일어업협정은 2014~2015년 어기에 협상이 결렬된 뒤 이듬해 1월 타결한 사례는 있지만 지금처럼 4월을 넘어서까지 협상이 되지 않은 경우는 없다. 협상이 불발되면서 우리 어민들은 지난해 7월 이후 10개월째 일본 EEZ에서 갈치 조업을 못하는 상황이다. 한일어업협정은 지난해 말 어느 정도 의견이 조율돼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국내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일본은 협상을 끌고 있다. 2015~2016년 어기 우리 어선이 일본 EEZ에서 어획하는 양(3만7,395톤)은 일본 어선(3,927톤)보다 10배가량 많다. 일본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으면 쉽지 않은 협상이다.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도 변수다. WTO는 오는 7월께 우리 정부가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방사능 오염 가능성을 문제 삼아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 조치가 적절한지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 예측이 쉽지 않지만 외교가를 중심으로 우리 정부가 패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패소 시 우리 정부는 2주 안에 일본과 합의를 하든지, 상소를 하든지 결정해야 한다. 후쿠시마 수산물 문제를 두고도 일본과 힘겨루기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공교롭게도 7월은 한일어업협정이 불발된 지 1년째다. 7월이 되면 다시 이듬해(2017~2018년) 분을 두고 일본과 협상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본은 우리 새 정부가 들어선 후 내부 정비작업이 한창인 7월을 전후해 외교적으로 집중적인 공세를 벌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새 정부가 한일 위안부 협상 폐기 등을 내세울 경우 한국산 제품 반덤핑 조사를 확대하거나 한일어업협정을 더 지연시키는 동시에 WTO 판결을 근거 삼아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요구하는 식의 다양한 카드를 꺼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경제 분야의 카드를 우리 정부에 내어주는 대가로 위안부 합의 이행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일본은 논의가 중단된 한일 통화스와프를 재개하는 옵션도 갖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가 손에 쥔 카드는 빈약하다는 평가다. 무턱대고 위안부 합의를 이행하거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재개했다가는 국내적인 반발은 피할 수 없다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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