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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되고도 중기 전문점 고전하는 중기유통센터

운영비 年5억 '아임 쇼핑'

월 평균 매출은 600만원

HDC신라점 1년만에 퇴출

작년 명동 등 중기매장 8곳 폐쇄

주먹구구 기획에 총 수백억 손실

민간기업 아니라서" 23년째 변명

전문성 없어 추가폐점 나올 듯





지난 1995년 중소기업 판로 지원을 위해 유통전문 공기업으로 출범한 중소기업유통센터가 20년이 넘도록 여전히 부실경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유통센터는 유통기업의 전문성을 키우지 못한 채 23년째인 지금도 중소기업 정책매장의 개점과 폐점을 반복하며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민간 유통기업이라면 벌써 부도가 났거나 청산했어야 마땅할 회사가 단지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이유로 ‘좀비 공기업’이 돼 사각지대에 숨어 방만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25일 중소업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기유통센터는 이달 중순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HDC신라면세점에 입점한 중기제품 전용매장인 아임쇼핑 매장(99㎡)을 철수시켰다. 입점한 지 겨우 1년여 만에 폐점한 것이다. HDC신라면세점 내 아임쇼핑이 문을 닫은 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 때문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1년간 이곳의 평균 한 달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 600만~700만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연간 운영비가 4억~5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지난 1년간 적자액은 점포 개설비용을 빼고도 최소 3억원 이상이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아이디어 상품을 판매하는 전용매장인데 상품 구성이 이목을 끄는 것도 아니고 가격 메리트도 없어 고객 호응도가 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매장으로서의 상품성이 전혀 없었다는 진단이다. 중소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알짜부지 시내 면세점 입점전략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는데 1년 만에 폐점한 것은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라며 “중소기업을 돕겠다는 취지와 달리 아임쇼핑 매장이 제대로 기능을 하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폐점한 아임쇼핑 매장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명동점을 비롯해 경주, 칠곡, 금산휴게소, 하나로삼송 등 총 8개 매장이 영업을 접었다. 지금까지 이들 아임쇼핑의 손실액을 모두 합치면 최소 1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 중기유통센터는 아임쇼핑의 실적에 대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다만 중기유통센터는 지난해 아임쇼핑 22개 매장(폐점 지점까지 포함)의 매출액이 132억원이라고 밝혔다. 이 중 서울 목동 행복한백화점 4층의 아임쇼핑 매장이 47억원, 인천공항 면세점 지점 2곳이 각각 1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비춰 나머지 19개 매장 평균 연 매출액은 3억원 수준으로 대부분 적자로 판단된다. 이 중 연 매출액이 1억원이 안 된 곳도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폐점 매몰 비용과 현재 운영 중인 매장의 적자액 등을 합치면 지금까지 아임쇼핑(중기 정책매장)의 누적 손실액은 수백억원대로 추산된다.

문제는 아임쇼핑 폐점이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유통센터는 아임쇼핑 개점과 폐점을 지속해왔다. 유통센터는 2015년 7월 첫 전파를 탄 공영홈쇼핑 ‘아임쇼핑’의 개국에 맞춰 ‘히트500플라자(HIT500PLAZA)’나 ‘휴앤쇼핑’ 등으로 제각각 불렸던 중기 오프라인 매장 이름을 아임쇼핑으로 모두 바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자 중기유통센터는 일반매장을 철수하는 대신 면세점이나 백화점에 신규 입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HDC신라면세점 지점 폐쇄에서 보듯 면세점 사업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추가 매장 폐쇄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100% 출자한 중기유통센터는 1995년 출범 때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1999년 서울 목동에 설립한 중소기업 전문백화점 ‘행복한세상’은 만성적자에 시달리며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가 2006년부터 겨우 흑자로 전환했다. 또 2012년에는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미명 아래 서울 시내 백화점과 아무런 협의 없이 중기 전문매장을 설치하려다 ‘팔 비틀기’라는 거센 반발만 초래한 뒤 무산됐다.

아임쇼핑 부실운영에 대해 중기유통센터 관계자는 “제품 경쟁력이나 매장 운영전략이 일반 민간업체에 밀리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임쇼핑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년이 넘는 경험을 가진 중기유통센터가 아직도 변변한 전문성 없이 주먹구구식 운영을 이어가면서 ‘민간기업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변명하는 모습은 중소업계의 거센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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