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과세표준 3억원을 넘어서는 고소득자에 최대 42%의 소득세율을 매기는 부자증세를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그 배경과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해 관심이 늘고 있다.
26일 문 후보 캠프 측 및 기획재정부 등의 추산에 따르면 이같이 증세할 경우 정부의 세금수입은 연간 1조2,000억원가량씩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출범 후 5년간으로 환산한다면 총 6조원에 달하는 국고수입이 확충되는 것이다. 이처럼 세수가 크게 증가하는 것은 단순히 최고세율 인상 외에도 증세 대상이 될 고소득층의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소득세법상 종합소득자 중 과표 기준 소득이 3억원을 넘는 국민은 지난 2009년 1만9,828명이던 것이 2014년에는 두 배를 넘어선 4만명대에 이르렀다. 과표 5억원 초과 종합소득자도 같은 기간 8,927명에서 1만7,396명으로 두 배 넘게 불었다. 캠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앞으로 5년간 세수 자연 증가분만으로도 문 후보의 복지·일자리 공약 재원을 충당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보지만 만약에 대비한 백업 플랜으로 소득세 증세도 준비하는 것”이라며 “재정 여력이 있는 고소득자들에게 세금을 걷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 쓰는 게 사회 양극화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의 공약이 실현된다면 납세자의 세 부담은 어느 정도 늘어날까. 과표 기준 연소득 4억원인 경우 현재 소득세 부담은 1억1,090만원이다. 현행 소득세율은 과표 1,200만원 이하는 6%, 1,200만원 초과~4,600만원 이하는 15%, 4,600만원 초과~8,800만원 이하는 24%, 8,800만원 초과~1억5,000만원 이하는 35%, 1억5,000만원 초과~5억원 이하는 38%, 5억원 초과는 40%이다.
반면 문 후보의 공약대로 1억5,000만원 초과~3억원 이하 과표구간까지만 38% 세율이 부과되고 3억원 초과 과표에 대해 42%의 세율이 적용된다면 1억1,490만원으로 세 부담은 400만원 늘어난다. 과표 5억1,000만원의 소득자라면 현재는 1억7,460만원의 소득세를 내지만 문 후보의 공약대로라면 1억8,280만원으로 약 820만원 늘어난다. 과표 6억원 이상 소득자부터는 세부담이 1,000만원 이상 늘어난다. 세부담이 1억원 이상 늘어나는 계층은 과표 50억원초반대부터다.
그간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에 대한 반대론은 만만치 않았다. 부자만을 겨냥해 세 부담을 높이려 하면 일시적으로는 세수가 늘어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근로의욕 등을 감소시켜 오히려 경제에 독이 된다는 게 주된 논지다. 비과세 및 감면 등의 남발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과세 미달자가 절반에 달하는 상황에서 고소득층에게만 세 부담을 늘리는 것은 과세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한국의 소득세율이 최고세율을 기준으로 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15년 기준 35.5%)보다 높다는 점도 부자 증세 반대론의 불을 지펴왔다.
그러나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세금을 낼 국민은 줄어드는 반면 복지 수요는 늘고 있어 고소득자 중심의 소득세 증세는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문 후보 캠프 측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문 후보 이외의 다른 주요 후보들도 대부분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를 통한 복지재원 마련에 대해 방향성이 비슷하다”며 부자증세가 피할 수 없는 추세임을 지적했다.
다만 문 후보가 집권 후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등을 추진해도 실제 입법이 돼 적용되려면 최소 임기 중반은 돼야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이미 지난해 소득세 최고세율을 기존 38%에서 40%로 인상한 상태여서 금새 또 올리기 부담되기 때문이다./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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