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모두 이행하기 위해서는 연평균 35조6,000억원이 든다. 이 중 13조2,000억원은 세입 개혁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세입 개혁 항목 중 가장 큰 비중은 증세다. 6조3,000억원을 증세로 조달한다. 부자 증세 개념인 소득세나 부동산보유세, 상속증여세를 먼저 손대고 이후 법인세 인상 등이 예상된다. 하지만 법인세 인상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번 서울경제신문 설문조사에서도 법인세 인상에 대한 기업들의 걱정이 가장 컸다. 문 대통령 공약 중 가장 우려되는 정책에 대한 질문에 응답 기업 43.2%가 법인세 인상이라고 답했다. 특히 법인세 인상에 대해 응답 기업의 44%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바람직하다고 응답한 곳은 6%에 불과했다. 국내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법인세 명목 세율을 당장 올리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각종 비과세 감면과 공제 혜택을 축소해 실효세율을 높일 예정”이라며 “기업이 내야 하는 최소한의 세금인 최저한세율도 올리는 등 사실상 당장 부담이 커져 연구개발(R&D) 비용 등 투자를 줄일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국내 법인세율이 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2.5% 수준인 점,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법인세 최고 세율을 35%에서 15%로 낮추는 등 세계적 흐름과도 맞지 않은 점에서 정책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오히려 법인세 인하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법인세 인상은 제조업 중에서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나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조선 등 기간 산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정부가 증세를 해야 한다면 기업들이 생각하는 방향은 무엇일까. 응답 기업들은 소득세(28%)와 부동산보유세(26%), 상속증여세(24%)를 먼저 손봐야 한다고 답했다. 파급효과가 가장 큰 부가가치세(8%)를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이 법인세(6%)보다도 더 많았다. 기업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법인세 인상을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기업들은 이밖에 문 대통령 공약 중 상법 개정과 소액주주 권한 강화(19.8%), 재벌 지배력 강화 방지 및 지주회사 규제 강화(11.1%)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이 강화되는 상황에 더해 각종 규제가 양산돼 결국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응답 기업들은 문 대통령 공약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공약으로 ‘제조업 부흥과 산업경쟁력 강화(48%)’를 꼽았다. 또 미래성장동력 확충(30%), 일자리 창출(14%) 순이었다. 비정규직 감축 및 처우 개선을 응답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경제·기업 투자 활성화 전망에는 활성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82%에 달했다. 그저 그럴 것(10%)이나 별로 활성화되지 않을 것(8%)이라는 부정적인 응답을 압도해 경제와 사회 개혁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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