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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이라니...브라질 채권·펀드 투자자 ‘좌불안석’

브라질증시, 헤알화 18년 만 최악 폭락, 투자자 울상

채권 가격 급락, 주요 펀드 수익률 일제히 약세

정치 리스크 단발성 이슈지만 높은 변동성 불가피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브라질 증시가 폭락한 18일 투자자들이 주가 현황판을 바라보고 있다. 브라질 증시 이보베스파지수는 장중 한 때 거래가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는 등 8.8%나 하락했다. /상파울루=AFP연합뉴스




지난 1년간 앞다퉈 브라질 채권·펀드에 뭉칫돈을 쏟았던 투자자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탄핵론으로 브라질 증시와 헤알화 가치가 18년 만에 최악의 폭락장을 연출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정치 리스크는 단기 이슈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시장은 한동안 높은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틀 간 국내 증권사 지점에서 고객들의 브라질 펀드, 채권 환매 문의가 이어졌다. 서울 강북 지역의 대형 증권사 영업점에 근무하는 한 프라이빗뱅커(PB)는 “펀드 수익률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고객들의 불안감이 크다”며 “최근 2~3일간 계속해서 환매를 원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가들이 모여 있는 강남 지역도 분위기는 뒤숭숭 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증권사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PB는 “이 지역은 펀드보다 채권 투자자들이 많은데 어제 채권 가격이 6~7% 떨어지면서 일부 고객들이 투자를 이어가도 되는지 불안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의도의 한 대형 증권사 영업점에는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해당 증권사는 최근까지 해외 채권 중에 러시아와 브라질 채권을 최우선 종목으로 추천했는데, 이를 믿고 투자한 고객들이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고객들이 불안해 하는 것처럼 실제로 브라질 투자 상품의 수익률도 급락했다. 이날 펀드시장에서 ‘미래에셋연금브라질업종대표증권(C-P)’의 수익률은 전일 대비 2.24% 약세를 나타냈으며, ‘KB브라질증권(A클래스)’는 2.53% 하락했다. 연초 이후 27%의 수익률을 나타낸 ‘멀티에셋삼바브라질증권(A)’도 전일 대비 2.54% 하락했다. 연초 이후 25~30% 수익률을 내고 있던 상당수 펀드가 이날 2~3% 이상 급락했다. 채권 가격도 하락했다. 정치 스캔들이 나오면서 18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브라질 증시 이보베스파 지수가 8.8% 급락했고,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채권가격은 7% 이상 하락했다.

최근 1년간 40% 이상의 수익률을 낸 브라질 펀드와 채권 가격은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이 취임 1년 만에 뇌물 혐의로 탄핵 위기에 몰리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테메르 대통령이 뇌물 수수혐의로 복역 중인 정치인에게 뇌물 제공을 승인하고, 이를 녹음한 테이프가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탄핵 압력을 받고 있다. 구조개혁을 강하게 추진하던 정치세력이 악재에 휘말리면서 증시가 폭락했고, 이에 따라 자산가격도 급락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불안감과 달리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위기가 단발성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급격한 변동성 속에 성급하게 대응하기 보다는 중장기로 봤을 때 악재가 희석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행동할 것을 조언했다. 투자를 고려하고 있었던 고객들을 향해 주요 증권사 영업점 PB들은 “단기 리스크가 크지만 신규로 투자를 고민하는 고객에게는 저가매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루 사이에 투자 심리가 급변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자산매각에 나서고 있어 원·헤알 환율은 다시 3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할 수 있지만 채무상환능력(디폴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시장이 안정을 찾으면 다시 정상화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PB들 역시 “1~2 주 내로 다시 가격이 회복될 것으로 보고 환매를 원하는 고객들을 달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증권사가 브라질의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하고 있는 만큼 기존 고객의 경우 투자 주의가 요구된다. 신 연구원은 “당분간 브라질 자산가격 약세와 높은 변동성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향후 테메르의 거취와 리더십 변화 등 구조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자본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금융자산가치가 급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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