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경기 확장에 대해 확신을 갖기 어려운 시기라고 본다. 미국이나 한국 주식도 저렴하다고 볼 수 없다.” 최근 시장 상황에 대한 이창현(사진) AB자산운용 대표의 판단이다. 최근 전 세계적인 증시 상승을 반가워하면서도 부담을 갖는 투자자들이 주목할 만한 분석이기도 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표가 제시한 투자전략은 글로벌·멀티섹터 분산투자다. 특정 지역·업종에 치우친 투자가 아닌 분산투자로 리스크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대표는 또 주식보다 고수익(하이일드) 채권투자를 권했다. “시장이 가장 핫(hot)할 때는 하이일드가 주식의 수익률을 따라갈 수 없지만 아직 미지근할 때는 전통적으로 신용 리스크에서 수익을 찾는 상품도 매력적이다”는 설명이다. 신용등급 BB+ 이하의 회사채에 투자하는 하이일드채권은 일반 채권과 달리 금리 인상기에도 각광 받는다. 기업들의 부도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AB자산운용의 하이일드채권 펀드인 ‘AB글로벌고수익’은 올 들어 4%, 최근 1년간 13.14%의 성과를 기록 중이다. 하이일드채권(36%)뿐만 아니라 신흥국채권(25%)·모기지채권(16%) 등에 분산투자한 전략이 먹혔다. 이 대표는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다 운용사도 언제나 완벽할 수는 없다”며 “최대한 글로벌하게 멀티섹터에 분산투자해 시장의 변화에 맞춰 진화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아직 국내 투자자들은 채권 이자율에 초점을 맞춘 국내 채권투자에 쏠려 있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해외 채권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980년대부터 저금리 시대를 맞아 일찌감치 해외 채권투자에 눈을 돌린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들처럼 변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 대표는 금융업계 경력이 총 24년에 달하는 베테랑이다. 1993년 하나은행에 입사해 당시 부장이었던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함께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 국내 최초로 프라이빗뱅커(PB)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국내와 외국계 금융회사를 모두 거친 그는 “한국의 금융투자 시장에 쏠림 현상이 있다고는 하지만 군중 심리는 어디든 마찬가지”라며 “다만 일부 금융사들처럼 투자자가 아닌 자사의 수익을 위해 지나치게 상품 회전율을 높이는 등의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외국계 운용사지만 한국에 등록된 법인으로서 많은 이익을 내 세금도 많이 내고 싶다”고 포부를 덧붙였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