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백화점·마트·쇼핑몰 등 유통시설에 대해 의무휴업 대상 확대 및 기간을 강화할 예정인 가운데 의무휴업을 휴일에서 평일로 바꾸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다. 과거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월 2회 공휴일에 의무휴업을 하도록 명문화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소비자 편익만 줄고 전통시장도 더 어려움을 겪으면서 소비자들과 지역 상인들이 되레 앞장서 의무휴업 평일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당진시는 롯데마트 당진점과 노브랜드마트 등 지역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이달부터 매월 둘째·넷째 주 수요일로 바꿨다고 7일 밝혔다. 시가 그동안 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에 일괄적으로 쉬도록 했던 대형마트와 준 대규모 점포의 의무휴업일을 이달부터 ‘업체별 의무휴업요일 자율선택제’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소비자의 이용 편리성이 더욱 좋아질 것”이라며 “대규모 점포와 지역 골목상권이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문화가 확산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돌린 지자체는 비단 당진시뿐만이 아니다. 서울경제신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 20여 곳의 지자체가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거쳐 의무휴업을 휴일에서 평일로 변경했다.
실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점포를 둔 이마트를 보면 울산, 제주, 경기 고양·안양·과천·하남·남양주·포천·김포·오산·안성·안산·파주, 강원 원주·강릉, 충남 보령, 충북 충주, 경북 구미·상주·영천 등 20여 개 지자체가 33개 이마트에 대해 이미 일요일 의무휴일 원칙을 깼다.
변경일도 다양해 대다수 지자체는 당진과 같은 둘째·넷째 수요일로 정했지만 울산은 네 번째 일요일은 그대로 두고 두 번째 일요일만 수요일로 바꿨다. 제주는 두 번째 금요일, 네 번째 토요일로 변경했다. 이와 함께 충주는 요일과 상관없이 매달 10일과 25일을, 경기 안산은 매달 10일과 네 번째 일요일을 각각 휴일로 정했다.
이 이면에는 휴일 의무휴업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만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통상 마트·백화점의 경우 휴일에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 소비자들이 휴일 의무휴업에 따른 민원을 제기했고 이 같은 결과가 지자체 결정에 반영된 것이다.
앞서 부산시 연제구 이마트타운의 경우 당초 소상공인들의 반대가 심해 입점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나서 유통시설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소비자 편익에 도움이 된다며 강하게 요구했다. 결과적으로 연제구가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이마트타운 입점을 최종 허가한 바 있다.
덧붙여 의무휴업을 휴일에서 평일로 바꾼 지자체 대부분이 대도시가 아닌 전통시장이 밀집한 중소도시라는 점도 주목된다. 전통시장의 힘이 약한 대도시만 대형점포 일요일 규제를 지키고 있고 전통시장 활성화가 시급한 지자체가 되레 대형마트에 적극 구애하는 모양새다. 충북 청주, 경기 용인과 같이 협의에 실패한 사례도 있지만 이보다 더 많은 중소 지자체가 대형마트 영업 확대를 추진했다. 이는 ‘대형마트가 전통 상권을 위협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정치권의 일반적 시각과 달리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더 이상 상충하는 관계가 아닌 ‘윈윈’할 수 있는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영업일수를 줄이면 그 수요가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으로 대부분 빠진다”며 “결국 소비자도 불편을 겪고 지역 소상공인도 규제에 따른 혜택을 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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