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전세계 식도락 시장에서 10년간 숨겨진 보물이었어요. 그래서 포시즌스가 준비한 ‘컬리너리 디스커버리’ 투어 출발지로 서울을 선택했지요. 혼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가치를 고객 니즈를 모두 반영해 삶의 답을 찾는 여행이 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죠.”
포시즌스가 2014년부터 VVIP 전세기 여행을 총괄 기획해 온 하비에르 로레이로 포시즌스호텔 디렉터는 “한국은 미국에 잘 안 알려져 있다. 김치가 맵다는 정도 밖에.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는 숙성 염장 음식에 관심을 보이고 ‘밥이 보약’이라는 것으로 인상적이다. 관광객에게 음식 만큼 중요한 것도 없는데 할머니 손 맛부터 미슐랭 스타까지 생생한 서울 음식 문화 체험은 포시즌스 VVIP들에게 신선한 경험이 돼 서울을 다시 찾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포시즌스만의 최고급 여객기인 ‘포시즌스 전용기’로 전세계를 여행하는 2017년 세계 일주 투어 패키지. 그 중 지난 5월 27일 시작해 14일 종료하는 ‘컬리너리 디스커버리’는 새롭게 미식의 나라로 떠오른 서울이 포함돼 도쿄, 홍콩, 치앙마이, 뭄바이, 플로렌스, 리스본, 코펜하겐, 파리 9개 도시의 현지 음식을 프라이빗하게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가격은 1억 5,500만원. 물론 가격이 억소리 나게 높지만 그 안에 구성을 살펴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지난 27일 새벽 인천공항에서 포시즌스호텔이 공개한 전용기는 156석짜리 항공기를 52명만 탈 수 있도록 개조돼 여객기 내부가 모두 1등석이었다. 에르메스를 연상케 하는 오렌지 컬러의 최고급 캐시미어 블랭킷은 몽골에서 공수해 왔고, 최고급 거위 깃털로 채워진 베개며 고급 이탈리아 가죽으로 만든 손가방과 개인용 불가리 화장품 등 소품 모두가 프리미엄의 극치. 좌석 옆에는 매일 먹은 음식의 조리법이 상세히 적힌 고급스러운 향의 나무 상자가 선물로 놓여 있어 눈길을 끌었다. 전용기에는 스태프가 총 17명이 탑승하는데 기장과 부기장 3명을 비롯해 승무원 8명, 조리 담당 명, 엔지니어 1명, 의사 1명 등이 포함됐다. 19일 간 여행에서 피로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깨어 있는 낮 시간에 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고 전용기내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좌석이 180도로 누워 잠잘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전용기 음식도 상상 그 이상이다. 미슐랭 식당이 일상인 그들을 위해 최고의 서비스와 음식을 준비했다. 전용기 음식을 총괄하는 캐리 씨어 셰프는 모든 여행에 동행하며 기내 메뉴 설계, 와인 매칭, 기타 음식 및 음료 요구 사항을 감독했다. 그는 “여행객이 직접 캐비어, 샴페인, 3코스 디너, 간단한 오후 간식은 물론 현지 별미를 음미하는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며 “영국의 프리미엄 티 브랜드 ‘포트넘 앤 메이슨’과도 손잡고 차는 물론 초콜릿의 적정한 온도까지 신경썼다”고 귀띔했다.
전용기가 착륙하는 도시는 전세계에서 포시즌스 호텔이 있는 곳이었다. 낮 시간 전용기 기내식에서 조차 미식의 향연을 맛본 고객들은 착륙 후 여행 가방 하나 몸에 걸치지 않은 가벼운 몸으로 포시즌스 호텔에서 달콤한 휴식을 취한 후 이튿날 본격적으로 그 도시의 맛집을 투어했다.
지난 달 말 32명의 관광객들은 서울에서는 창덕궁 비원이 문을 닫은 오후 6시 한국관광공사의 지원 아래 서울 현지인들로 꿈꿔 보지 못한 그들만의 한적하고 로맨틱한 만찬을 가졌다. 이들은 이에 앞서 한 끼 코스에 50만원씩 받는 것으로 알려진 이종국 셰프의 성북동 자택을 직접 방문해 그가 텃밭에서 가꾼 재료로 갓 요리한 음식을 맛보는 특별한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도쿄로 날아간 이들은 자리가 9석 밖에 없는 스시 식당 ‘제로’에서 25점에 500달러를 받는 점심 식사를 하는가 하면 시노부 나마에의 미슐랭 별 3개를 받은 프렌치 레스토랑 ‘레페르베상스’에서 최고급 코스를 즐기고 영화 ‘킬 빌’에서 검투 장면을 안무한 시마구치 테츠로에게 검투의 기본 동작을 배우는 일반인들은 상상해 보지 못하는 독특한 경험을 맛봤다.
홍콩에서는 미슐랭 별 3개 레스토랑 ‘룽 킹 힌’ 스타 셰프와 함께 딤섬을 만들고 그의 키친을 견학하기도 했다. 저녁에는 ‘보 이노베이션’에서 분자 요리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익스트림 중국 디너’로 그 날 일정을 마감했다.
치앙마이에서가 하이라이트. 정글 한가운데 식탁을 차려놓고 야생동물을 바라보며 영화 같은 저녁 시간을 가졌는가 하면 플로렌스에서는 키안티로 가서 18대를 이어온 도살업자 다리오 체치니씨에게 돈 주고도 배울 수 없는 ‘도살 비법’을 배웠고, 이탈리아 피렌체에선 32명이 중세 마을 산 미니아토의 숲에서 송로 버섯 채집으로 흥미진진한 시간을 가졌다. 종착역인 파리에서는 호텔 조지 5세의 지하실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와인 셀러에서 와인 창고를 열었다.
하비에르 디렉터는 “이 모든 것들은 몇 달씩 기다려도 예약이 안되며 개인적으로는 돈을 주고도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그 가치는 산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번 제트기 여행을 경험한 고객들이 또 기회를 만들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인천공항=심희정기자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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