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지주(071050)가 한국형 헤지펀드에 도전장을 내민다. 출범 6년 새 10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한 한국형 헤지펀드는 연내 재간접공모펀드의 출시가 가시화될 경우 성장 속도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금융지주는 초고액자산가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는 헤지펀드시장에 글로벌 역량을 갖춘 한국형 헤지펀드를 내놓아 투자자에게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의 100% 자회사인 싱가포르 헤지펀드운용사 키아라어드바이저(KIARA Advisors)가 금융당국에 역외펀드 등록을 마치고 국내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역외펀드로 등록한 만큼 기관투자가와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사모펀드로 판매는 당장 가능하다. 한국금융지주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인하우스 헤지펀드 인가를 받을 필요도 없고 한국투자운용을 통해 새로운 헤지펀드를 설정할 것도 없이 해외에서 인정 받은 글로벌 헤지펀드를 바로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반기 재간접공모펀드가 가시화될 경우 키아라 헤지펀드를 편입시킬 펀드가 늘어나도록 마케팅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금융지주는 금융그룹 차원에서 오랫동안 헤지펀드를 준비했다. 한국형 헤지펀드가 출범하기도 전인 지난 2008년 2월 미국 헤지펀드 운용사인 아틀라스자산운용과 합작해 싱가포르에 키아라어드바이저 운용사를 설립해 ‘케이아틀라스(K-Atlas Pte.Ltd)’ 펀드를 출시했다. 국내 최초의 대체투자(AI) 헤지펀드인 동시에 해외에 헤지펀드운용사를 설립한 첫 사례였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아틀라스운용도 견디지 못하고 철수하자 한국금융지주는 키아라캐피탈(KIARA Capital)펀드로 전환했고 올해 안에 청산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2013년에는 ‘키아라 캐피탈2’를 출시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시켰고 같은 해 에쿼티 롱쇼트 중심의 ‘키아라 아시아 퍼시픽 헤지펀드(KIARA Asia Pacific Hedge Fund)’를 내놓았다.
부침이 계속됐지만 김남구(사진)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은 아시아 헤지펀드의 핵심지역인 싱가포르에서 성공하지 못할 경우 한국형 헤지펀드는 내수용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경쟁사들이 인하우스 헤지펀드를 내놓고 신생 운용사들이 경쟁적으로 헤지펀드를 내놓으며 시장을 점유해나갔지만 고집스럽게 싱가포르에서 글로벌운용사와의 경쟁에 집중했다. 2020년 ‘아시아 최고 투자은행 진입’이라는 중장기 계획에 부합하기 위해서라도 해외에서 인정받는 헤지펀드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뚝심’은 지난해 글로벌 기관투자가로부터 자금유치에 성공하며 빛을 보기 시작했다.
헤지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한국형 헤지펀드가 팽창하면서 해외에 진출하려는 운용사가 많지만 만만치 않은 형편”이라며 “해외에서 다양한 투자 경험을 통해 트랙레코드를 축적했고 증권과 운용의 협업시스템을 갖춘 한국금융지주는 헤지펀드 시장 판도에 상당한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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