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부영그룹의 위장계열사를 적발하고 이중근(사진) 부영 회장을 고발하기로 했다. 김상조호 공정거래위원회가 출범한 후 재벌에 ‘칼’을 빼든 첫 사례다.
공정위는 18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부영그룹이 친족이 운영하는 7개 회사를 소속회사 현황에서 누락했고, 6개 회사의 주주현황을 실제 소유주가 아닌 차명 소유주로 기재했다 적발됐다. 지정자료를 허위로 제출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공정위 자료를 보면, 이중근 회장은 2013∼2015년 자신의 처제와 조카 등 친족이 경영하는 흥덕기업 등 7개 회사를 부영의 소속회사 현황에서 누락했다. 종질 이아무개씨(지분율 45%)가 최대주주인 라송산업(자산 766억원), 처제 나아무개씨(45.6%)가 최대주주인 대화알미늄(216억원), 조카 이아무개씨(50%)가 최대주주인 명서건설(67억원) 등을 신고에서 빠뜨렸다. 배우자와 6촌 이내 혈족이 최대주주인 기업은 모두 친족기업으로 계열사 신고를 해야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들 기업 가운데 부영과 직접 거래관계가 있는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집단에 편입되지 않은 계열사는 중소기업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총수일가 사익편취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또 부영은 2013년 자료 제출 때는 부영과 광영토건, 남광건설산업 등 계열사 6곳의 주주로 실제 주식 소유주인 이중근 회장 대신 친족이나 계열사 임직원 이름으로 기재했다. 이들 주식은 2013년말에 모두 이중근 회장 등으로 실명전환됐다. 공정위의 또다른 관계자는 “법원 판례가 변경돼 실명전환을 해도 과세 대상이 되지 않게 되자 이름을 바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영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순위 16위(자산 기준) 그룹으로 올해 24개(6월1일 기준) 계열회사가 있는 대기업집단이다. 공정위는 재벌이 기업공개 회피를 통해 특정 대주주가 다수 계열회사를 지배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기업집단에 매해 소속회사 현황, 친족 현황, 주주현황 등의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