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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_창업을_응원해] ‘가로·세로 9cm×5cm’, 작지만 특별한 명함 한 장으로 끝내는 자기 PR

장미지 아날로그엔진 대표

천편일률적인 명함에서 탈피

개성 담은 독특한 명함 제작

‘수 백 장의 명함 중 단연 눈길’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개성있는 감성 명함을 제작해주는 ‘아날로그엔진’의 장미지 대표./사진제공=장미지 대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처음 보는 사람과 마주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가벼운 미소로 인사를 건네고, 악수하는 것만큼 중요한 절차가 있다. 명함을 주고받는 일이다. 이름과 직책, 회사명은 물론 전화번호와 메일주소까지. 가로·세로 9cm×5cm의 작은 종이에는 개인의 필수적인 정보가 담긴다. 많은 이들은 이렇게 받은 명함을 따로 보관하며 관리한다. 문제는 명함을 소중히 간직해도 정작 누구에게 받은 것인지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비슷한 크기와 모양 탓에 명함의 주인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아날로그엔진’이 만드는 명함은 그래서 주목받는다. 한 번 보면 인상에 오래 남는 독특한 명함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아날로그엔진이 제작한 한 목장 주인의 명함. 한 장의 명함으로 PR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사진제공=장미지 대표.


미용사에게는 가위 모양의 명함을 만들어 주는가 하면, 목장을 운영하는 이에게는 젖소 형태의 명함을 제작해주는 식이다. 입체감을 준 명함도 있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 명함을 종이접기 하듯 접으면 순식간에 복싱 링이나 비행기 등으로 바뀐다. 작고 평범한 명함을 자기 PR의 끝판왕으로 뒤바꾼 주인공은 누굴까. 액세서리 장사부터 칼국수 사업, 회사원 생활까지. 다양한 사회 경험을 바탕으로 개성 있는 명함을 만들고 있는 장미지 아날로그엔진 대표의 인생으로 들어가 보자.

◇시골소녀, 그림에 꽂히다

장 대표는 경기도 하남에서 태어났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복합 쇼핑몰이 들어서 있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동네였다. 논과 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마을버스를 놓치면 한 시간은 넘게 기다려야 하는 그런 곳이었다. 집 주변에 이웃이 적었던 탓에 놀 거리도 마땅치 않았다.

“학교가 끝나면 할 게 없었어요. 친구들 집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함께 어울리는 것도 한계가 있었죠. 일주일에 1,000원이었던 용돈으로 만화책을 빌려 보는 게 가장 큰 낙이었어요. ‘슬램덩크’나 ‘이나중 탁구부’ 등 주로 일본 만화를 닥치는 대로 읽었죠.”

워낙 만화책을 좋아하다 보니 그림을 그리는 일도 취미가 됐다. 종이만 보면 그림을 그리기 바빴을 정도. 지금처럼 예체능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았던 때가 아니었다. 한 달에 한 번 찢는 달력 뒤에 그림을 그리면 낙서를 한다는 이유로 어른들께 혼나기 일쑤였다. 혼나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그만두지 않았던 것은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탓이었다. 그때부터 장 대표의 장래희망은 미술 쪽으로 굳어졌다.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3~4개월 동안 순이익만 수 천만원…‘장사’를 시작하다

중앙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00학번으로 들어간 장 대표는 4년 만에 칼 졸업을 했다. 학비의 50%는 장학금으로 받았을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했다.

“집안이 어려워진 탓에 학비를 벌어야 했어요. 아르바이트를 끊임없이 했죠. 성적장학금을 받으면 학비 부담이 훨씬 덜 했어요.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는 게 쉽지는 않았죠.”

졸업 후에는 일반 회사로 취직하지 않고 장사를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어머님이 식당을 운영하시는 모습을 보고 자란 덕분에 감각이 남달랐다. 첫 아이템은 휴대폰 고리 판매였다. 친구와 둘이서 탁구공을 사다가 본인들이 만든 캐릭터를 그려 팔았다.

처음에는 작은 노점으로 시작했다. 인사동의 한 갤러리 앞에 가판을 깔아놓고 캐릭터 탁구공을 판매했다. 한 시간에 20만 원을 벌었을 만큼 인기가 높았다. 손쉽게 성공할 것 같았지만, 세상은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주변의 노점상인들이 문제였다.

“사실 노점이 불법이잖아요. 저희 아이템이 잘 되니깐 무서운 아저씨들이 와서는 누구 허락을 받고 장사하는 거냐고 묻더라고요. 할 말이 없었죠.”

가판을 접고 돌아가는 장 대표를 붙잡은 것은 한 유통상인이었다. 거리를 지나다가 장 대표와 친구의 캐릭터 탁구공을 발견하고 눈여겨봤다고 했다. 그를 만난 것은 천운이었다. 인사동과 명동, 신촌, 건대입구 등 서울의 ‘핫’한 상권으로 캐릭터 탁구공을 유통해줬다. 반년 만에 장 대표가 벌어들인 돈만 수 천 만원이었다. 소매가 3,000원인 캐릭터 탁구공 하나를 팔면, 장 대표가 버는 돈은 1,000원 남짓. 하루에 180개의 탁구공에 캐릭터를 그렸던 날이 있을 정도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작가→회사원→고시생→칼국수 사장, 경험치로는 ‘만렙’

잘 되던 캐릭터 탁구공 사업을 접은 것은 ‘짝퉁’ 때문이었다. 중국에서 제작된 짝퉁 상품이 저렴한 가격에 유통되기 시작한 탓이다. 안 그래도 모든 것을 수작업으로 해야 했던 장 대표는 뒤도 보지 않고 사업을 접었다. 심신이 지쳐있었고, 단순 노동이 아닌 순수 미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번 돈을 들고 미아리 근처에 작업실을 차렸다. 작가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사업을 접고 작가 생활을 했어요. 벌어놓은 돈이 있었으니 별 망설임도 없었죠. 생각만큼 쉽지 않았어요. 현대 미술이라는 게 남들이 하지 않은 창의적인 걸 만들어야 하는 거잖아요. 딱 1년 해보고 돈이 떨어졌을 무렵에 그만뒀죠.”

이후의 삶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각종 직업을 거치면서 쌓은 경험치를 게임으로 치면 분명 최고 레벨이었을 터다.

우선 디자인 회사에 들어가 7년을 보냈다. 당시만 해도 주5일제는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한 달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하는 일상을 반복했다. 디자인 자체에 거부감이 생길 만큼 고된 날들이었다.

“30대 초반에 문득 디자이너라는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한 번도 변하지 않았던 목표와 꿈이 흔들린 거죠. 반년 동안 행정고시를 준비하기도 했어요.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어요. 그만큼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힘들었나 봐요.”

미술 쪽으로 평생을 몸담았던 그가 고시 공부에 적응할 리 만무했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다른 일로 눈을 돌렸다. 어머님과 함께 칼국수 집을 운영하기도 하고, 다시 디자인 회사에 몸담기도 했다.

◇만렙 경험 밑거름으로 명함 사업에 나서다



결과적으로 장 대표가 겪었던 다양한 경험들은 모두 창업의 밑거름이 됐다. 본인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이 뭔지도 알게 해줬다. 해보고 싶은 것은 꼭 도전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장 대표의 성격상 실패의 두려움은 그리 크지 않았다. 만약 실패한다고 해도 또 다른 경험이 쌓이는 것이라고 여길 수 있을 만큼 성장한 상태이기도 했다.

왜 하필 명함이었을까. 얼핏 그동안 해왔던 일들과 큰 연관이 없어 보이는 사업이라 의아해 보일 수도 있다.

“인터넷의 광범위한 보급으로 디자인 단가가 저렴해지던 때였어요. 웬만한 사람들은 포토샵을 어느 정도 다룰 수 있게 되면서 디자이너가 살아남기 힘들어졌죠. 전단지 한 장을 디자인하는 일의 수임료가 7만~8만원에 불과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창업을 하려면 틈새시장을 찾아야 했어요. 싼 자본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으면서도 디자인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 프리미엄 명함의 아이디어는 그렇게 탄생했죠.”

창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후부터는 일사천리였다. 2011년 당시는 마침 창업 붐이 불던 때라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도 많았다. 서울시의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일이 수월하게 풀렸다. 5,000만원의 지원금과 창업 대출을 받은 돈을 합쳐 레이저 장비도 들여왔다. 창업센터 내에 마련된 책상 자리 하나와 커다란 레이저 장비가 아날로그엔진의 시작이었다.

서울 충무로에 마련한 아날로그엔진의 사무실. 오른쪽 벽면에는 그 동안 만들었던 특색 있는 명함을 전시해 뒀다./사진제공=장미지 대표.


그렇게 문을 연 사무실은 이제 서울 충무로 인근으로 이사를 했다. 크진 않지만 있을 것은 다 갖춘 사무실에서 오늘도 특색 있는 명함이 만들어지고 있다.

◇감성명함에 담은 개성

장 대표가 만드는 레이스 명함은 세계에서 그가 최초로 개발했다. 디자인 특허도 가지고 있다. 300개 정도의 형태 모두는 아니지만, 주요 디자인은 모두 특허 등록을 마친 상태다.

그녀가 만드는 감성 명함은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개성을 담고 있다. 주요 디자인의 특허 등록도 마친 상태다./사진제공=장미지 대표.


명함을 주문하는 이들은 다양하다. 미용 계열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용률이 높지만, 개인 사업자나 영업 현장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의 주문도 많다. 개인 PR이 벌어들이는 돈의 규모와 직결되는 사람들이 주 고객층이다.

“일반적인 명함 200장의 가격은 2만 원 정도에요. 저희가 만드는 명함은 5배 정도 가격이죠. 절대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영업할 때 음료 한 상자를 사서 가는 것보다 저희가 만드는 특별한 명함을 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실제 장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 받은 명함은 지금껏 기자가 받았던 그 어떤 명함보다 개성적인 형태였다. 분홍빛 바탕에 꽃무늬 레이스가 새겨져 있어 명함보다는 예술품 같았다. 재구매율이 30%가 넘는다는 말이 절로 수긍됐다.

처음 2년 정도는 매출이 거의 없었다. 홍보 채널을 다양하게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한 번 사용한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아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부터 매출이 올라갔다.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이제는 먹고 살만큼은 벌고 있다는 것이 장 대표의 설명이다.

지난 해부터 운영한 아날로그엔진의 일본어 쇼핑몰에서 제작된 일본 카페 명함. 많은 양은 아니지만 조금씩 주문이 늘고 있다./사진제공=장미지 대표


“앞으로는 해외로도 눈을 돌리고 있어요. 영어와 일본어 쇼핑몰도 완성된 상태죠. 유튜브 등으로 홍보도 시작했어요. 국내에서는 안정적인 매출이 나오기 시작했으니 도전해 보는거죠.”

◇창업을 꿈꾸는 그녀들에게 내민 손

장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여성들을 지원하는 일에도 열정적이다. 2013년도부터 사단법인 한국여성벤처협회에서 운영하는 창업 캠프에 매년 참석해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2014년에는 협회에서 운영하는 ‘청년미래성장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됐고, 다음 해에는 ‘2014 여성벤처 창업 케어 프로그램’의 CEO 멘토로 활동하기도 했다.

장미지 대표는 2014년 (사)한국여성벤처협회의 ‘여성벤처 청년미래성장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다./사진제공=장미지대표.


2015년에는 (사)한국여성벤처협회가 주관하는 ‘2015 여성벤처 창업 케어 프로그램’의 CEO멘토로도 참여했다./사진제공=장미지 대표.


“여성들이 창업에 뛰어드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어요. 바람직한 일입니다. 저도 사업을 시작할 때 서울시로부터 지원을 받았잖아요. 제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여성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조언이 무엇인지 장 대표에게 묻자 망설임 없는 대답을 내놨다. 본인이 전문성을 가진 분야를 노려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창업 경향을 보면, 누구나 플랫폼 비즈니스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다. 큰 자본이 필요한데다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탓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레드오션도 상관없어요. 자신 있는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명함 사업은 정말 낡은 모델이라고 봐도 무방하잖아요. 저는 디자인적인 부분에 강점이 있는 것을 믿고 과감히 뛰어들었죠. 앞으로 창업을 계획하는 분들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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