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를 활성화하겠다며 도입된 성과보수형 공모펀드가 출시 한 달째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수익률은 0%대로 간신히 마이너스를 면하고 있는데다 설정액도 1억원 미만~60억원에 머무르면서 금융 당국의 청산 대상인 소규모펀드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에셋플러스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이 7월에 성과보수형 공모펀드를 출시하는 등 운용사의 추가 출시가 이어지지만 구색 맞추기에 불과해 이 같은 상황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6월 초 삼성자산운용 등 5개 운용사가 출시한 성과보수형 공모펀드의 설정 이후 평균수익률(29일 기준)은 0.35%에 그쳤다. 주식형·주식혼합형 공모펀드의 1개월 평균수익률이 1.22%를 기록한 것과 비교할 때 한참 못 미친다. 펀드별로는 ‘삼성글로벌ETF로테이션성과보수’의 수익률이 1.13%로 유일하게 1%를 넘었으며 ‘미래에셋배당과인컴30성과보수’가 0.80%, ‘신한BNPP공모주&밴드트레이딩50성과보수’가 0.48%였다. ‘KB글로벌분산투자성과보수’와 ‘트러스톤정정당당성과보수’는 각각 -0.29%와 -0.37%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다.
6월 들어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이들 상품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낮춘 상황에서 멀티전략 등을 추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성과보수라는 이름을 붙인 만큼 기존 공모펀드와는 다른 차별화된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자금 유입도 부진했다. 성과보수형 공모펀드의 평균 설정액은 25억원으로 6월 설정된 전체 공모펀드의 평균 설정액인 141억원에 크게 뒤졌다. 펀드별로는 삼성글로벌ETF로테이션성과보수의 설정액이 60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트러스톤정정당당성과보수(58억원), KB글로벌분산투자성과보수(5억원), 신한BNPP공모주&밴드트레이딩50성과보수(1억원) 순이었다. 미래에셋배당과인컴30성과보수는 1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트러스톤정정당당성과보수의 경우 전체 설정액 중 50억원이 회사의 자기자본인 만큼 실질적인 자금 유입은 8억원에 그치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업계는 상품 출시를 이어가고 있다. 먼저 에셋플러스는 오는 7월3일 성과가 날 때만 보수를 받는 알파로보 공모펀드를 출시한다. 같은 달 한국투자신탁운용도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에 주로 투자하는 성과보수형 공모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공모펀드를 출시한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당국에서 추진하는 정책인 만큼 압박을 받아 출시하는 것”이라며 “어쩔 수 없이 출시는 했지만 마케팅 등에 공을 들일 계획은 없어 상황이 개선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