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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 -앵그리텔 된 오피스텔] 전용 23㎡가 10만원...관리비, 아파트 2배지만 "어디 썼는지 몰라"

사용내역은 세입자 아닌 소유자에만 年1회 보고

인건비 부풀려서 관리비 빼돌려도 알 방법 없어

시행사 임원이 운영 맡는 등 '수상한 관리' 횡행





국내 오피스텔 중 상당수가 관리비 과다징수와 불투명한 집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갈등을 빚고 있는 오피스텔 세입자들의 지난 4월과 5월 관리비 영수증을 봐도 공용관리비 비중이 월등히 높다./서일범기자


지난해 3월 신축된 서울 강남구 A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임모씨는 지난 5월에 개별사용하는 전기와 수도요금을 제외하고 공용관리비(일반관리비+경비비+청소비)로만 7만1,950원을 냈다. 거주 전용면적(23㎡)으로 환산하면 1㎡당 3,081원에 달한다. 강남구 아파트 평균 공용관리비(1㎡당 1,342원·3월 기준)의 2.3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임씨는 “강남이라고 인건비나 전기료가 더 비싼 것도 아닌데 다른 지역보다 관리비가 더 비싼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반면 여기서 100m가량 떨어진 마포 G오피스텔 입주자들은 공용관리비를 1㎡당 2,431원만 냈다. 관리단이 없는 A오피스텔보다 600원 이상 싼 금액이다.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돼 있어 관리비 집행이 상대적으로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평가하고 있다.

◇관리비 아파트의 2배…입주민 ‘우리가 봉이냐’=오피스텔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비싼 관리비다. 물론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 관리비는 계약할 때 제공하는 면적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아파트의 공급면적은 전용면적과 복도·계단 등 공용면적이지만 오피스텔은 여기에 주차장·놀이터·경비실·양로원과 같은 기타 공용면적도 포함된다. 당연히 관리비가 비쌀 수밖에 없다.

문제는 오피스텔의 관리비가 이것을 감안해도 비싸다는 데 있다. 실제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서울 강남구와 마포구·영등포구·종로구 오피스텔 세입자의 공용관리비를 분석한 결과 같은 지역 아파트 평균치와 비교해 2배 이상 비쌌다. 서울 마포 B오피스텔에 월세로 사는 대학생 차모(21)씨는 전용면적 23㎡에 살면서 공용관리비로만 10만원 넘게 냈다. 1㎡당 3,000원이 넘는 금액이다. 기타 공용시설이라고는 1평 남짓한 경비실이 거의 전부인데 주변 오피스텔보다 30% 이상 비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포 C오피스텔에서 전용 37㎡를 쓰고 있는 직장인 최모씨도 5월 9만6,780원의 공용관리비를 냈다. 1㎡당 2,590원을 낸 셈이다. 같은 지역 아파트 평균 공용관리비(1㎡당 1,209원·3월 기준)보다 1,400원 가까이 더 낸 셈이다. 여기서 50m가량 떨어진 주상복합아파트와 비교해도 1,000원가량 비싸다. 최씨는 “전기와 가스를 아껴도 매달 15만원씩 내야 하고 겨울엔 부담이 더 커 버겁다”고 하소연했다.

그렇다고 입주자들이 쾌적한 서비스를 누리는 것도 아니다. 서울 문정지구 C오피스텔은 얼마 전까지 주차 문제를 놓고 입주민과 관리 업체가 실랑이를 벌었다. 입주민이 집안에 없으면 손님이 찾아와도 주차를 할 수 없거나 주차료를 내야 한다는 내용을 주차관리 업체에서 일방적으로 고지한 것이다. 한 입주민은 “부모가 언제쯤 온다고 관리 업체에 알려도 무조건 본인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며 “주차료 장사를 하겠다는 심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지난해 하반기에 입주한 서울 마포 D오피스텔도 사정이 비슷하다. 이 오피스텔은 최근 거주자를 대상으로 주차비 3만원을 징수하겠다고 공지했다가 입주민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같은 단지 내 아파트 입주자들은 주차비를 물지 않는데 오피스텔 입주자들만 추가 부담을 지는 게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이 단지는 헬스클럽 등 각종 편의시설을 아파트 입주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아무도 모르는 관리비 사용내역=입주민들이 문제로 삼는 것은 비싼 관리비 그 자체가 아니다. “관리비가 비싸도 어디에 얼마나 사용했는지 투명하게 알 수만 있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으니 불신이 생기는 것이죠.” F오피스텔 관리단 추진 임시위원장 김모(36)씨의 하소연처럼 자신이 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를 투명하게 밝힌다면 관리비가 아무리 비싸도 감내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시행사나 관리 업체들도 할 말은 있다. 한 오피스텔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 보안에 더 까다롭고 청소도 더 자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소비 등이 일반 아파트보다 더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하지만 입주자들은 관리인이나 관리 업체가 관리비 내역을 밝히지 않아도 되는 제도적 맹점을 이용해 돈을 빼내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오피스텔들을 보면 ‘수상한 관리’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서울 마포 H오피스텔은 건축주가 대표이사로 있는 시행사가 전 세대를 모두 보유한 후 회사 임원 명의로 관리 업체를 따로 세워 관리 업무를 보고 있다. 사실상 건물주가 월세와 관리비를 모두 한 주머니에 챙기고 있는 셈이다. 공용관리비도 매달 10만원에 달해 비싼 편이지만 책정 근거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2월까지 이곳에 거주한 세입자 안모씨는 “기본 관리비가 지나치게 비싸 여러 번 관리사무실에 문의했지만 형식적인 관리비 영수증 외에는 뚜렷한 답을 얻지 못했다”며 “관리비를 부풀리고 있다는 의심은 들지만 물증이 없어 더 따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분양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건비를 부풀려 일반관리비를 높게 책정한 뒤 이를 빼돌려도 세입자 입장에서는 알 방법이 없다”며 “오피스텔 분양수익보다 이 같은 ‘부가수익’이 더 크다는 게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설명했다. /서일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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