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고령화가 빨라지는 ‘실버 쓰나미’를 대비해 맞춤형 일자리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학력 수준이 높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가 은퇴 후 일자리의 질이 하락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의 ‘고학력 베이비부머와 고령층 일자리 해부:실버칼라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내놨다.
현대연은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충격적으로 빠르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는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가는 속도가 17년으로 일본(24년), 미국(73년), 프랑스(115년)에 비해 빠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우리나라의 성장을 이끈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도 가속화되고 있다. 고학력 고령층인 실버칼라는 지난해 기준 91만명으로 55세 이상 근로자 5명 가운데 1명에 해당한다. 하지만 높은 학력과 직업 경험을 가진 베이비부머 세대 등이 은퇴한 후 일자리의 질이 악화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승연 현대연 연구위원은 “고령층은 학력에 상관없이 상용직 감소와 임시직, 자영업 증가를 경험하고 있다”며 “연령이 증가하면서 지위가 단절되거나 악화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버칼라 4명 중 3명(73.6%)은 100인 미만의 중소규모 조직에 종사하고 있고 연령이 많아질수록 ‘화이트칼라’가 단순 노무종사자로 전환되는 상황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우 청장년층에 비해 ‘전문가·관련 종사자’가 10.5%포인트 줄었고 단순노무종사자는 9.9%포인트 뛰었다. 베이비부머세대에 속하는 실버칼라 7명 중 1명, 고령층 3명 중 1명은 자신의 경력과 무관한 일에 종사하고 있었다. 특히 고용의 질과 지위가 악화되며 60만명의 베이비부머가 자신이 10년 이상 쌓아온 경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고 연구위원은 “고령층 실버칼라는 과거 일자리와 단절되고 배타적인 고용환경에 놓여있어 부정적인 상황”이라며 “정부가 실버칼라를 독립적인 노동력으로 인정해 고령자고용지원정책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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