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의 대명사 역할을 했던 TV홈쇼핑 회사들이 이제 TV를 버리고 오프라인 제조업체로 탈바꿈하고 있다. 해외 진출, 뉴디미어 채널 강화, 자체브랜드(PB) 개발 등 부가 사업에 이어 이제는 생활용품 제조업체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GS홈쇼핑(028150)은 12일 미국계 사모펀드인 코넬캐피털, 중국 재무적 투자자 등과 손잡고 글로벌 키친웨어 제조사 ‘월드키친’의 지주사 지분 99.4%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GS홈쇼핑의 몫은 이 가운데 9.1%로 이사회를 통해 경영에도 일부 참여할 예정이다. 월드키친은 연 매출 6억4,000만 달러에 달하는 회사로 코렐(식기)·비전(내열냄비)·파이렉스(제빵기구) 등 글로벌 브랜드를 10여 개 보유한 기업이다.
GS홈쇼핑의 이번 전략적 투자는 최근 온라인쇼핑몰의 저가 공세에 TV홈쇼핑업계 전체가 휘청거리자 이에 대한 탈출구 마련으로 풀이된다. 또 홈쇼핑업체들의 해외 사업이 최근 하나같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데다 몇 년 전부터 유일한 돌파구로 삼았던 PB·단독 상품 발굴도 약발이 먹히지 않다 보니 아예 브랜드 제조업 강화로 방향을 튼 셈이다.
제조업을 대폭 강화하는 홈쇼핑회사는 비단 GS홈쇼핑뿐이 아니다.
제조업 진출 선두주자인 CJ오쇼핑(035760)의 경우 아예 브랜드 제조 중심 회사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CJ오쇼핑은 최근 오프라인 매장 체계를 갖춘 리빙 관련 제조업체를 인수·합병(M&A)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CJ오쇼핑은 현재 자사 PB 상품들을 전문적으로 파는 오프라인 매장 ‘스타일온에어’를 6곳에 두고 있다. 여기에 더 나아가 오프라인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의 일환으로 지난해 9월 미래성장본부와 BM(브랜드매니저) 조직을 마련한 뒤부터는 CJ오쇼핑 경영진들이 PB가 아닌 제조업체 브랜드(NB)를 만들라는 주문을 계속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B는 자사 채널에 독점으로 공급하는 PB와 달리 경쟁사를 불문하고 모든 채널에 공급할 수 있는 브랜드다. 업계 일각에서는 CJ오쇼핑의 채널 사업부와 브랜드 제조사업부가 머지않아 분사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홈쇼핑(057050) 역시 지난달 ‘오로타’라는 PB 브랜드를 앞세워 가전제품인 냉풍기를 선보인 데 이어 하반기 같은 브랜드 2탄 상품으로 주방기기를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오로타 상품을 자사 채널에서만 팔지만, CJ오쇼핑처럼 앞으로 타사 채널에서 파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홈쇼핑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CJ오쇼핑의 행보를 보면 TV홈쇼핑 회사에서 탈피해 P&G와 같은 생활용품 전문 제조업체로 나가는 방향을 고심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홈쇼핑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모든 홈쇼핑 회사들이 TV로는 더 이상 비전이 없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누구라도 TV홈쇼핑 기업 이미지를 서둘러 벗지 못하면 도태되는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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