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 위치한 SKC 하이테크앤마케팅 기능성 필름 공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끈끈이 같은 파란색 스티키 매트(sticky mat)를 밟고 지나가야 한다. 신발에 달라붙어 있을지 모를 외부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추가로 온몸을 덮는 하늘색 방진복과 마스크를 착용해야만 생산라인 내부를 돌아다닐 수 있다. 고영석 SKC 하이테크앤마케팅 기능필름생산팀장은 “마이크론(1,000분의1㎜) 단위의 얇은 필름을 다루기 때문에 작은 변수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찾은 SKC 하이테크앤마케팅 천안 공장은 일단 규모에서 방문객을 압도한다. 국내 1위 필름가공업체의 메인 공장답게 축구장 면적 20배인 19만㎡ 규모의 부지에 디스플레이용 필름과 디스플레이의 3원색(RGB)을 구현하는 안료를 만드는 공장 등 30개 동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이 중에서도 핵심은 기능성 필름 생산 공장이다. 스마트폰 앞뒤에 붙어 유리가 깨졌을 때 튀거나 날리는 것을 잡아주는 비산방지필름을 만든다.
120m 가까이 이어진 생산라인을 오가는 직원은 단 한 명에 불과하다. 필름이 스마트폰 액정에 직접 맞닿아 있어 티끌만 한 먼지도 큰 흠이 되는 만큼 라인에는 최소한의 인원만 투입된다. 여기서 나온 제품이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64%)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반도체 공장처럼 엄격한 공정관리를 거쳐 생산되기 때문이다.
사람의 눈과 귀를 대신하는 것은 생산라인 곳곳에 붙어 있는 카메라다. 마이크론 단위의 PET필름에 화학물질을 입히는 공정이 진행되는 동안 천장과 바닥에 각각 10개씩 설치된 고성능 카메라가 0.05㎜의 결함까지 식별해낸다. 필름에 흠집이 발견되거나 생산 설비에 문제가 생기면 즉각 관리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에게 전달된다. 고 팀장은 “국내는 물론 해외 경쟁사 어디에서도 이 같은 수준의 무인 감시시스템을 갖춘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공정 마지막 단계에서는 자외선(UV) 큐어링을 통해 품질을 높인다. 자외선을 쏴 PET필름 위에 입혔던 화학물질을 흐트러짐 없이 딱딱하게 굳히는 동시에 물성 면에서도 고른 품질을 유지하게끔 하는 작업이다. 방앗간에서 볼 법한 사람 키 남짓 크기의 롤러 안에서 자외선을 쪼이고 나면 티 하나 없는 비산방지필름이 완성된다.
비산방지필름 활용 폭을 넓히려는 스마트폰 업체들이 늘면서 기능성필름 공장은 한층 더 바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러 색상의 스마트폰을 만들 때 금속 대신 비산방지필름에 색을 입히려는 업체가 늘고 있다. SKC 하이테크앤마케팅 관계자는 “비산방지필름에 직접 색을 넣으면 원하는 색상을 쉽게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정이 단순해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국내뿐 아니라 해외 주요 제조사에서도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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