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엘리시움’에서는 누워있기만 하면 진단부터 치료까지 알아서 해주는 자동진단치료 캡슐이 나온다. 폭발로 얼굴의 반쯤 날아간 사람이 눕자 스캐닝을 한 뒤 곧바로 근육과 피부, 신경을 재생하는 수술이 이뤄진다.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이러한 치료법이 조만간 현실에서도 가능할 전망이다. 생체 내 세포를 자유자재로 조정해 원하는 세포로 바꾸는 기술이 우리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기존 줄기세포치료가 세포를 변환해 치료 부위에 주입시키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기술은 생체 안에서 세포 전환이 이뤄져 면역거부 등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김종필(사진) 동국대 의생명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17일 세계 최초로 ‘나노 일렉트로닉스’를 활용한 ‘세포 직접교차분화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개발, 생체 내 세포 운명 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팀이 개발한 ‘세포 직접교차분화 리프로그래밍’은 세포의 운명을 자유자재로 조정해 원하는 세포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기술이다. 예컨대 특정 신경 세포가 망가졌다면 그 주변 세포를 신경 세포로 변환시켜 망가진 세포의 기능을 대신하게 하는 방식이다.
각 세포는 유전자 발현 패턴이 달라 유전자 발현 방식만 바꿔주면 피부 세포를 신경 세포나 근육 세포 등으로 바꾸는 게 가능하다. 이번 연구에서는 세포 전환을 위해 나노 일렉트로닉스 기술이 적용됐다. 특정 전자기파를 쏘여 전자기화된 금 나노 입자를 통해 세포의 전환을 유도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김종필 교수는 “기존의 직접교차분화 방식은 생체 밖에서 세포를 변환시켜 원하는 부위에 주입시키는 원리였다면 이번 직접교차분화 리프로그래밍은 생체 밖으로 꺼낼 필요 없이 치료가 필요한 부위에서 곧바로 세포전환이 이뤄진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자기파의 에너지를 이용해 생체 내에서 세포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외부 공간에서 원하는 시간, 원하는 양만큼 전자기파를 처리해 나노 입자의 정전기적 변화를 유도하고 이를 타깃 세포에 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전자지학, 나노기술, 생명과학 등이 결합한 바이오 융합기술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을 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연구만으로 규명될 수 없었던 세포전환 메커니즘을 바이오 융합기술을 통해 밝혀내 세포치료제를 실용화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김 교수는 “고품질·고효율 세포치료제인 만큼 실용화 단계에만 진입한다면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서 “자기 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면역거부 반응이나 윤리 문제 등 기존 줄기세포치료법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지만 실용화까지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종필 교수와 유준상 연구원의 이번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18일자에 실렸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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