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편의점주 ‘미끌’
유통업종이 정부 정책 변화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주 말 내년도 최저임금이 17년 만에 최대폭으로 인상된 여파로 17일 편의점과 유통주들은 일제히 하락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전 거래일 대비 6.16%(3,050원) 급락한 4만6,450원에 장을 마쳤고 ‘CU편의점’을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3.09% 하락했다. 이밖에 이마트(-2.46%), 신세계(-1.9%), 롯데쇼핑(-1.53%) 등 유통 관련주들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코스피 유통업종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0.23% 하락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비중이 높은 유통업종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주가를 떨어뜨렸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경기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유통업체에 경기 활성화보다 고용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유통업종 전반에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편의점주의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 인상이 현실화됐을 때 편의점 가맹점주의 순수입은 평균 14%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방산비리 척결 강공에 방산주 줄줄이 약세
방산 비리 척결을 강조한 새 정부의 1호 타깃이 된 한국항공우주(KAI)는 초상집 분위기다. KAI는 이날 11.46%(6,600원) 급락한 5만1,000원에 장을 마감하며 2거래일 연속 약세를 보였다. 장중 5만500원까지 내려가며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검찰은 지난 14일 KAI가 수리온 개발비 등 원가 조작을 통해 제품 가격을 부풀려 부당한 이익을 챙긴 혐의를 포착해 경남 사천 본사와 서울 사무소를 압수 수색했다. 감사원도 수리온이 비행안정성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결함 헬기였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정부의 방산비리 척결 의지가 일단 KAI를 겨냥하며 시장의 분위기는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다른 방산주인 한화테크윈은 2.24%(900원) 떨어진 3만9,300원에 장을 마쳤고 LIG넥스원(-2.47%), 빅텍(-1.43%), 솔트웍스(-0.76%) 등 다른 방산주들도 약세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 비서관회의에서 KAI의 검찰 수사를 직접 언급하며 “방산비리는 단순한 비리를 넘어 안보에 구멍을 뚫는 이적행위이며 더는 미룰 수 없는 적폐청산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부 남북 평화 모드 조성에 경협주 급등
문재인 정부가 이날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회담을 제안하자 주식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대표적인 남북 경협주인 의류업체 신원은 전날보다 6.86%(145원) 오른 2,260원에 장을 마감했고 제룡산업(4.10%)·제룡전기(7.69%)·이화전기(3.44%) 등 대북 송전주도 큰 폭으로 올랐다. 개성공단 관련주인 재영솔루텍(4.47%)과 좋은사람들(2.39%)도 상승 마감했다.
시장은 두 회담의 제안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독일에서 밝힌 ‘베를린 구상(신 한반도 평화비전)’을 실천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군사분계선(MDL)에서의 상호 적대행위 중단을 제안하고 오는 10월4일 추석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 개최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호응이 뒤따라야 하지만 일단 시장은 이번 회담 제안을 계기로 그동안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풀릴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모습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여파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던 경협주가 현 정부의 통일 정책 변화의 수혜를 누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경운·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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