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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인상] '막 단백질' 조절 기법 개발...알츠하이머 등 난치병 연구 길 넓혀

윤태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자기집게기술' 통해 기능·구조 파악 가능해져

"특정 암 등 맞춤형 진단·치료연구 활성화 기대"

세포의 껍질인 생체막(세포막)에 존재하는 막 단백질은 세포에 드나드는 신경전달물질이나 생체 정보의 흐름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포의 수문장 같은 존재로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소화·혈액순환·대사·면역·생식 등 다양한 생리작용을 조절한다. 만약 막 단백질에 문제가 생기면 각종 뇌·심혈관·면역·대사 질병에 걸릴 수밖에 없다. 반대로 생각하면 특정 막 단백질의 기능을 증진하거나 차단할 수만 있다면 알츠하이머 치매나 암 등 난치병을 고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실제로 현재 세계적으로 연구 중인 신약의 절반 이상이 특정 막 단백질을 표적으로 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토록 중요한 물질이지만 기능과 구조가 모두 알려진 막 단백질 수는 극히 일부다. 세포막의 경우 겉은 물과 친한 성질을 띠고 내부는 물을 싫어하는 소수성을 지니는데 막 단백질은 이런 이중지질막 환경에서만 3차원 구조가 형성되고 제 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인간이 이런 환경을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 외부 환경에서 쉽게 변형되거나 응집되는 막 단백질을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는 과학자들에게 난제 중 난제로 꼽혔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7월 수상자로 선정된 윤태영 서울대 생명공학부 교수가 직접 개발한 생물물리학적 기법들은 이러한 막 단백질들의 메커니즘을 1개의 분자 수준에서 규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성과로 인정받는다.

단분자 자기 집게 실험의 모식도.




자기장의 힘을 이용한 ‘단분자 자기 집게 기술’은 막 단백질의 기능을 파악하는 데 그쳤던 기존 연구의 한계를 넘어 기능과 구조를 직접 조절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막 단백질을 이용한 역학적 연구가 가능하게 된 셈이다.

윤 교수는 막 단백질에 2개의 DNA 핸들을 붙인 후 하나는 표면장력이라는 형태로 막 단백질에 역학적 힘을 주는 세포막 표면에, 다른 하나의 핸들은 1~2㎛ 크기의 자성체에 부착했다. 이후 이 DNA-막 단백질 결합체를 자기장 안에 위치시키면 막 단백질에 힘을 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자기 집게 기술을 이용하면 이중지질막 환경을 유지하면서 막 단백질에 힘을 줄 수 있기에 막 단백질의 기능과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윤 교수팀은 직접 개발한 자기 집게 기술을 통해 생체막 융합 현상에 중대한 역할을 하는 ‘스네어 단백질’을 관찰, 결합한 스네어 단백질이 개별 단백질로 분해되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기도 했다. 생체막 융합현상은 2개의 분리된 생체막이 구조적으로 하나가 되면서 물질을 전달하는 세포수송 시스템의 핵심적 과정이며 스네어 단백질들이 결합해 방출하는 막대한 에너지가 이 현상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동안 스네어 결합체가 분해되고 재활용되는 원리 등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었지만 윤 교수팀의 연구를 통해 규명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의 연구 결과는 지난 2015년 3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되며 국제적인 인정을 받기도 했다.



윤태영 서울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자체 개발한 단분자 형광 이미징 및 자기 집게 기술을 응용해 세포막 상의 스네어 복합체가 병따개처럼 힘을 축적했다가 한 번에 발산하는 방식을 통해 개별 단백질로 분해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윤 교수는 별도의 정제과정 없이도 인간 단백질의 활성을 관찰할 수 있는 ‘단분자 형광 이미징 기술’도 개발했다. 앞서 연구자들은 특정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연구하려면 많은 양의 단백질을 정제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인간 단백질은 선택적으로 발현되지 않기에 필요한 양만큼 추출하기가 쉽지 않았다. 윤 교수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항체를 이용해 표적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검출·분리한 뒤 형광 단백질과 결합한 검사 단백질을 주입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검사 단백질이 표적 단백질과 상호 작용하면서 형광 광자가 발생하는 데 착안해 이를 분석하면 두 단백질 간에 주고받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윤 교수는 “생체막 단백질에서 나오는 신호를 누구나 똑같이, 반복적으로, 재현성 있게 측정 가능한지를 연구하는 것이 중요했는데 그런 문제를 해결해준 기법”이라며 “실제로 극도로 약한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을 성공리에 측정함으로써 실험방법의 유효성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의 다음 목표는 막 단백질 안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이다. 윤 교수는 “생체막 단백질의 접힘 현상과 막 단백질과 다른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으니 이제는 막 단백질의 각 부분이 어떤 원리로 연결돼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는지 이해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기초과학을 넘어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한 진단·치료제 개발에도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특정 암 환자에게 막 단백질의 신호가 과잉 전달됐다는 점을 확인하면 그 신호를 차단하는 약을 쓰면 된다는 게 ‘맞춤의학’의 원리”라며 “각기 다른 생체막 단백질의 활성화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면 맞춤형 진단과 치료도 과학자들의 영원한 꿈으로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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