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헬스케어 공모주의 청약 경쟁률이 6.95대 1을 기록하며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비슷한 업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공모 당시 일반청약 경쟁률이 45.34대1을 기록한 것과 비교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일반 공모 청약 부진은 올해 상장 대어로 꼽혔던 넷마블게임즈와 제일홀딩스의 상장 후 주가 부진에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공모주 투자의 인기가 시들해진 셈이다. 최근 코스피·코스닥지수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은 공모주 대신 유통시장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기다 바이오업종에 대한 불신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점도 흥행 실패의 이유가 되고 있다.
20일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일반 청약 접수를 마감한 결과 492만주 모집에 대해 청약을 받은 결과 6.95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은 7,006억원에 그쳤다.
앞서 진행된 기관수요예측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기관수요예측 당시 경쟁률 38.06대1에 전체 참여 주식 물량 90%가 공모가 밴드 상단 이상에서 가격을 제출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몸집이 큰 상장 대어의 주가 부진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일감 몰아주기, 회계처리 논란을 쉽게 잊지 못했다.
상장 대어에 대한 부담은 넷마블게임즈(5월)와 제일홀딩스(6월)로부터 시작됐다. 20일 종가 기준 두 종목은 각각 공모가 대비 5.4%, 11%나 하락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수요예측에 참여한 한 기관 관계자는 “올 초 넷마블·제일홀딩스 등 몸집이 큰 기업들이 아직도 공모가보다 낮은 주가로 거래되다 보니 투자자 입장에서 우려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서재연 미래에셋대우 갤러리아WM 상무는 “현재 지수가 대세 상승장이고 유통주식이 대부분 주가가 좋아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현장에서는 과거 대비 많이 줄어든 것 같다”며 “특히 올해 공모주 투자 수익률이 낮다 보니 투자자들이 일반 유통주식에 관심을 더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투자심리가 아직 누그러지지 않은 것도 청약 부진의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9월 한미약품의 신약 수출 계약 파기 사태 이후 이달 식품의약처 판매 허가를 받은 코오롱생명과학의 신약 인보사의 효능 여부가 논란이 되면서 다시 투자자들이 바이오업계를 보는 시각이 싸늘해진 것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자체 악재도 투자자들이 공모에 주저하게 만들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 2015년 계약보증금을 수익으로 잡았다가 지난달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주의를 받은 바 있다. 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별도 지분관계가 없어도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의 생산물량을 매입할 의무가 있어 재고자산이 매출로 과다 인식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는 최근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확대되면서 총 매출서 차지하는 재고자산 비율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바이오시밀러 시장 자체의 높은 성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지난해 40억달러(4조5,000억원)에서 오는 2020년 280억달러(31조5,000억원)로 7배가량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낮은 가격을 바탕으로 한 바이오시밀러의 무차별 시장 공략으로 오리지널 제약사의 개별 제약 매출이 급감 중이다. 일례로 얀센의 모회사인 존슨앤드존슨의 올 1·4분기 레미케이드 미국 지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나 급락하고 있다.
이 같은 산업 성장세를 타고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실적 역시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88% 오른 7,57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60% 상승한 1,786억원을 보이며 매해 높은 이익 성장을 보인다. 현재 공모가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45배로 높은 편이지만 올해 유럽 지역 램시마 매출이 상승하고 있으며 미국 지역 내 램시마의 점유율 역시 높아지고 있어 고평가 논란에서 보다 자유롭다. 특히 트룩시마의 유럽 매출이 본격적으로 잡히면 올해 매출액과 영업익은 각각 1조3,000억원, 3,200억원가량 올라갈 것으로 평가된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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