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지난달 인도 정부로부터 스티렌부타디엔고무(SBR)에 대해 반덤핑관세를 부과받았지만 유럽 등 경쟁국에 비해 부과금이 적어 오히려 시장 경쟁력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악재로 여겨졌던 반덤핑관세가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인도 상공부는 지난해 1월 인도에 SBR을 수출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반덤핑 조사를 시행했다. SBR은 타이어와 신발에 주로 쓰이는 기능성 소재다.
상공부가 조사에 나서자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SBR 제조업체는 바짝 긴장했다. 인도가 중국 다음 가는 거대 시장일 뿐 아니라 국내업체들의 제품이 현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수출량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2014년 기준 인도가 소비한 SBR 19만3,234톤 중 절반을 훌쩍 넘는 11만1,133톤이 한국산으로 인도(4만6,657톤)나 EU(2만7,695톤), 태국(1만8,686톤)을 여유 있게 앞선다.
하지만 지난달 12일 반덤핑조사 결과가 나오자 상황이 반전됐다. 국내업체에 대한 반덤핑관세가 경쟁국 업체보다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이다. LG화학과 금호석화에는 각각 톤당 28.68달러, 33.95달러의 반덤핑관세가 책정됐다. 반면 EU업체에는 최대 266달러, 태국에는 243.6달러의 반덤핑관세 폭탄이 떨어졌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이 인도 SBR 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덤핑 최종판정 이후 다른 나라 업체 제품이 워낙 비싸진 탓에 우리 업체가 반덤핑관세 이상으로 가격을 올리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국내업체들은 8월 대인도 수출 물량 가격을 톤당 1,600달러 선에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덤핑 최종판정 전인 7월 초 SBR 가격이 1,500~1,550달러 수준이었던 걸 고려하면 반덤핑관세 이상으로 가격을 올린 것이다.
특히 SBR의 원료인 부타디엔 가격이 최근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국내업체들의 실질적인 가격인상 폭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보호무역주의가 노골화하는 상황 속에서도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 업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는 반덤핑 조사 자체를 개별 기업이 나서서 무력화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다른 나라 업체들보다 낮은 반덤핑관세를 받는 데 초점을 맞추는 식의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화학제품의 경우 현지 수요가 비교적 고정적인데다가 장치산업 특성상 공급량이 단번에 늘어나는 경우도 드물다. 이 때문에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반덤핑관세를 이끌어내면 LG화학이나 금호석화 사례처럼 되레 시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 상공부에서 요구하는 자료를 성실히 제출하는 등 가능한 반덤핑관세율을 낮추려고 한 시도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 같다”며 “보호무역주의 흐름에 정면 반발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접근하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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