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가 최대 성수기에 들어가는 8월을 맞아 각종 지표에 파란 불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지난해가 최악이었고 올 상반기도 안 좋았기에 회복세가 도드라져 보이는 것도 맞고요. 하지만 불황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말하긴 아직 일러요.”
한 국내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는 해운 업황을 ‘어느 순간 꺼질지 모르는 모닥불’에 빗댔다. 최근 운임지수 등이 일제히 개선 추세를 보여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후발주자의 고사를 겨냥한 대형 글로벌 선사들의 ‘운임 후려치기’가 여전하고 통계에 잡히지 않는 누수도 적지 않다는 게 그 근거다. 현대상선(011200) 관계자는 “성수기가 꺾이는 4·4분기에 운임이 어느 정도 받쳐 주느냐가 해운업 회복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3대 주요 지표는 개선 추세=해운업 회복의 제1 척도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다. SCFI는 현재 897포인트(8월 4일 기준)로 1년 전(600포인트)에 비해 크게 오른 상태. 물론 800 초중반 포인트였던 지난 2·4분기와 비교하면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900 전후 포인트에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주 서안 노선 운임은 지난 6월 1FEU(1FEU는 40 피트 컨테이너 1개)당 1,092달러로 떨어진 후 1,661달러(8월4일 기준)로 회복했다. 미주 동안 노선 운임도 같은 기간 1FEU당 2,013달러에서 2,661달러까지 올랐다. 국내 유일 국적 원양 선사인 현대상선의 올 7월 부산항 처리 물량도 전년 대비 93% 느는 등 상승세다.
지난해 8월 631포인트까지 급락했던 벌크선운임지수(BDI)가 1,050포인트(8월 9일 기준)까지 오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원재료 운임지수인 BDI는 경기선행지표로 통한다. 계선율(전체 선박 중 육지에 정박 중인 선박비중)의 경우 지난해 8월 5.15%에서 올 7월 2.33%로 낮아졌다. 계선율이 2.33%라는 말은 100대 가운데 2.33대의 선박이 쉬고 있다는 뜻으로 경기가 회복될수록 수치가 낮다.
◇치킨게임 속 생존 경쟁 치열…4·4분기 고비=해운업계는 “그래도 불안하다”는 신중론이 대세다. 한 중형 해운 업체 관계자는 “연간 8월 중순부터 10월까지가 최성수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상승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며 “운임 주도권을 갖는 머스크(덴마크), MSC(스위스) 등이 가격 통제에 나서면 국내 선사들은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대상선의 선복량(확보 중인 선박에 실을 수 있는 컨테이너 양)은 메이저 업체의 10% 수준이다. 독일의 함부르크수드가 머스크에 인수되는 데서 보듯 ‘치킨 게임’이 계속되면 영세한 국내 업체로서는 생존 자체가 버거워진다.
계선율에 착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선박이 대형화되면서 배에 물량을 다 채우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것들은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선사들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비수기 운임이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이상훈·김우보기자 shle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